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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그곳은 ‘담배광고 천국’[유현재의 Now 헬스컴] 금연정책에 反하는 ‘담배 홍보관’
승인 2016.01.25  12:26:38
유현재 서강대 교수  |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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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지난해 말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서 편의점 내부의 담배광고에 대한 연구 한 편을 발표했다.

편의점의 주요 이용자층인 20대 대학생들이 과연 일선 편의점에 존재하는 담배광고물·판촉물들에 얼마만큼 익숙해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어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지, 혹시 광고물 노출로 인해 흡연욕구를 느낀 적이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 편의점 매대 뒤를 장식하는 화려한 담배광로는 무분별하게 노출된다. 사진: 편의점 담배광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라우드 프로젝트의 실험(강영호 作), 제공=라우드

연구는 2단계로 실시됐다. 우선 1단계에선 가상의 편의점 공간을 대형 패널에 사진으로 제시한 다음 참여자가 편의점 계산대, 즉 카운터 앞에 서있는 순간이라고 가정하고 어떠한 광고물들에 노출되고 있다고 예상하는지 주관식으로 질문했다. 물론 광고물이 있을 법한 복수의 공간은 사진 속에서 모두 공란으로 처리해 놓은 상태였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그들이 접하고 있는 거의 모든 광고물이 ‘담배광고’라고 말했다. 카운터에 서있는 소비자 위치를 중심으로 상하는 물론 앞뒤좌우에 걸쳐 온통 형형색색의 담배광고물이 존재한다고 답한 것이다. 일부 참여자는 흡연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노출에 의한 학습효과에 근거해 구체적인 담배 브랜드명까지 또렷하게 기억해냈다.

이같은 답변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편의점에 방문하는 대학생 소비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무차별적으로 담배 광고에 노출되는 상황이며, 일부러 ‘격렬하게’ 피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 수 없는 난감한 환경임이 확인됐다. 소비자의 시선이 머무는 대부분의 핫스팟에 담배광고 혹은 다양한 판촉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파악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프린트로 인쇄된 광고물뿐만 아니라, 이제는 현란한 조명을 넣고 점등까지 가능한 LED 디스플레이 형태물도 다수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컬러의 적용은 말할 것도 없고, 신제품 출시를 알리며 특별 기획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제품은 실물크기의 판촉물도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흡연자와 비흡연자, 청소년과 어린이를 막론하고 편의점에 들어서는 모든 소비자들은 담배광고와 각종 자극물을 보고 또 봐야 하는 것이다. 흡사 담배 소비를 위한 홍보관처럼 느껴질 정도라면 억지일까.

색·형태· 메시지의 화려한 유혹

연구의 2단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실제 편의점 담배광고물을 참여자들에게 제시한 다음, 어떤 유형이 가장 자극적이며 흡연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대학생들은 감성적인 메시지와 비주얼에 의해 제작된 콘텐츠가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되는 광고물이 가장 유혹적이고 기억에 남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흡연 욕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가장 높다고 인식했다.

현재 편의점에 게시되고 있는 광고물들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단순 고지형이나 제품 구입에 필요한 간략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부분의 담배광고물이 대단히 감성적이고 말초적이며 자극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 서울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마치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을 위한 이미지광고를 집행하듯 ‘담배 광고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전략이 구현되고 있다. 게시된 일부 광고물 중에는 대중에게 친숙한 명화(名畵)의 이미지를 차용한 사례, 보색의 극적인 대비와 수준급 아트웍으로 쉽게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관찰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담배회사들은 자사의 제품 홍보를 위해 매스미디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적법한 제품의 세일즈 프로모션 활동에 있어 적지 않은 제한을 받고 있음을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매체에 대한 규제라는 장애물을 제외하면 담배제품에 있어 가장 대중적인 판매처인 편의점 공간에서는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촘촘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보도된 것처럼 사실 편의점 광고에 적용되는 법 규정, 즉 편의점 외부에서는 해당 광고물이 육안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많은 편의점에서는 전혀 준수되지 않고 있다. 청소년 등 법적으로 담배를 소비해서는 안 되는 계층들에게 ‘혹시라도’ 미칠 수 있는 ‘만약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반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의미다.

법과 도덕 넘어선 신비의 공간?

사실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심각한 사항은 담배제품의 자유로운 진열일 수 있다. 편의점 계산대에 서는 순간, 시선의 정중앙에 화려하게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 다양한 국내외산 담배제품들이다. 일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담배 상품의 진열을 전면 불허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제품 진열은 그 자체만으로도 광고효과가 존재하는 대단히 강력한 유혹이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의 담배 진열 모습은 아마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만큼 지극히 상업적이라 판단된다. 국내외산 각종 담배들이 저마다 독특한 형태로 비치돼 있으며, 개별 제품에 진행되는 독자적 프로모션이 있을 경우엔 추가적인 구매시점 광고물(POP· Point Of Purchase)이 여지없이 붙어있다. 흡연자든 아니든 무조건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을 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매대임에 틀림없다.

담배는 적법한 제품이며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기호상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가장 대중적인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일정량의 광고가 시행되는 것에도 유감은 있을 수 없다. 기업의 지상 명제인 이윤추구를 위해 당연한 절차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편의점 외부에서 보이면 안 된다는 규정, 청소년 등의 계층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도덕적 불문율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편의점에서만큼은 많은 사항들이 눈감아지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명확한 법도 이미 정해져 있고, 다수의 편의점에서 법에 어긋나는 상황이 목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꽤 긴 시간이 경과했는데도 가시적인 조치가 체감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담배는 건강에 나쁘고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중대한 질병을…’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자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세계적인 흡연율을 유지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구구절절 늘어놓겠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엄한 법을 준수하는 정의가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는 ‘편의점’이라는 신비한 공간이 의아할 뿐이다. 새해에는 하루 빨리 법질서의 실현이 이뤄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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