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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못할 이유를 하나하나 없애보자[정용민의 Crisis Talk] ‘자위’는 금물…전제를 달리해야
승인 2016.01.21  10:08:50
정용민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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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정용민] 사실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 못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위기가 관리될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실패할 때가 있다.

위기관리가 잘못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부적으로 수 십에서 자세하게는 백여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그 이유들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긴 힘들다.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고위임원들 때문이다.

   

잘못된 이유를 입으로 내는 것조차 금기시 되는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에 실패하고도 내부적으로 침묵하는 조직은 위험하다. 더 위험한 것은 실패한 위기관리를 두고 ‘이번에 우리 부서는 이런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보고하고 자위하는 조직이다. 진짜 중요한 개선의 기회를 소실시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그리기

위기관리 직후에는 그렇다고 치자.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할 일을 찾아보자. 첫째,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먼저 들여다보면 모든 일이 쉽다. 평소에 예상하지 않으니 매번 문제가 발생하면 새롭고 당황스럽다.

놀이공원의 유령집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정신 못 차리게 무서워 소리 지르며 오금 저렸던 곳 말이다. 그 유령집을 두세 번 들어 가다 보면 처음의 기분과는 다른 침착함과 의연함을 가지게 마련이다. 예상하고 경험해 보면 다른 게 당연한데 그리하지 않으니 고쳐보자는 이야기다.

둘째, 해당 위기가 발생하고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그려보면 쉽다. 미리 그려보지 않으니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마음이나 감정이 격변한다. 의사결정이 널을 뛴다.

내비게이션도 그렇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미리 초행길을 그려보면 훨씬 낫다. 갈림길들을 유의 깊게 보고, 미리 빠지는 길도 기억해 보자는 거다. 부산을 가는데 만약 경부고 속도로가 OO지점에서 막히면 어디로 돌아갈까 미리 그려보자는 이야기다. 그걸 시나리오라고 한다.

셋째, 매번 위기 감지와 보고가 잘못되는 이유를 찾아보면 쉬워진다. 좀 더 전문적으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일선 또는 감지부서가 알고도 보고를 못하거나 늦게 한 것인지, 아니면 감지 자체를 하지 못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늘 일반적이라 간주되던 고질적 문제라 해당 문제가 위기로 발전할지 몰랐는지 등을 점검해서 개선해 보자는 말이다.

   
넷째,
‘누가?’를 평소 물어보면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좋은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누가(who)?’라는 행위 주체가 정확하게 정리돼 있다. 위기관리는 원맨쇼가 아니다.

축구도 11명이 한다. 수백에서 수천억, 몇 조를 다루는 기업의 위기관리팀이 한두 명 일수는 없다. 여럿이라면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R&R(Role and Responsibility)이다.

A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영업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무는? 홍보는? 생산과 기술은? 이런 질문에 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부서들이 모여 팀을 이뤄야 쉽다.

다섯 번째,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면 쉬워진다. 역할과 책임을 부서별로 나눴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일사불란해지는 조직은 있을 수 없다.

부서별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제대로 된 위기대응을 할 수 없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 부족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원인들을 미리 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충분하게 훈련돼 있는지 점검해 보면 쉬워진다. CEO 를 비롯한 임원들의 임기가 짧은 조직들도 많다. 길어도 임원들이 십여 년을 가는 수는 흔치 않다. 계속 리더십과 팀워크가 바뀐다.

3년 전 위기를 함께 관리했던 임원들이 지금은 CEO의 곁에 있지 않을 수 있다. 그 위기를 리드했었던 CEO가 지금의 CEO가 아닐 수도 있다. 위기관리란 위기를 통제하려는(under control) 활동이다. 위기관리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그룹이 그 통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부족하다면 훈련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 시 상황실을 운영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위기관리 전담팀 또는 전담자를 훈련해 놓으면 쉬워진다. 이 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조직은 마치 달리는 말에 서로 올라타려고 말을 쫓아 뛰어가는 한 무리의 카우보이들을 연상시킨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매뉴얼에 따라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적 전제를 기반으로 전담팀은 설치 운용된다. 통제하기 위함이다. 통제에는 힘이 필요하다. 권한위임 말이다.

CEO는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을 리드한다. 그 외 위기관리 모든 과정에서 각 부서들을 관제 통제하는 역할은 권한위임을 받은 위기관리 전담팀이 하는 것이 일을 보다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당연 극도로 훈련된 팀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모든 조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공유되면 쉬워진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모두 읽어 암기하는 직원은 흔치 않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일선 직원들이 꼭 따라야 하는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면 충분하다. 소위 말하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Do’s and Don’ts) 다. 길이가 길 필요도 없다. 정확하게 직원들이 인지하고 따라야 하는 핵심 지침이면 충분하다.

일선 직원들을 수백 번 미디어 트레이닝시켜 대변인으로 만드는 노력보다 ‘어떠한 언론 취재에도 본사 홍보팀 이외에는 대응하면 안 된다’는 한 줄의 가이드라인이 훨씬 더 싸고 쉽다.

R&R과 훈련 점검

위기관리.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다. 얼핏 위기는 중립적 현상일 수 있지만, 위기관리가 시작되면 이를 관리하는 모든 조직원들은 바로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종종 조직의 위기관리 목표와 조직원 개인들의 위기관리 목표가 다를 수 있는 이유다.

많은 정보와 보고들이 누락, 생략, 편집, 미화된다. 의사결정은 춤을 추게 된다. 당연한 현상이다. 팀은 어떨까? 평시에는 몰랐던 오합지졸의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게 위기다. 막연히 믿었던 위기관리팀 들과 최고의사결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전제를 평소 가지고 있어야 실제 위기는 관리된다. 평소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이유. 조직원들이 하지 못할 이유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제거해 보자. 그러면 실제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더 나을 수 있게 된다. 눈 여겨 볼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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