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유혹의_법칙 1
#브랜드_유혹의_법칙 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5.11.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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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고객 입장에서 스토리를 소비하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브랜드는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상대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 방식은 고루한 설명이나 강권이 아닌 정서에 대한 호소와 공감이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스스로 다가갈지언정,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이 끌려오기를 지향한다. 브랜드는 본성적으로 일종의 유혹자이어야 한다.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등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베스트셀러 <유혹의 기술(The Art of Seduction)>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카사노바나 마릴린 먼로, 클레오파트라, 존 F. 케네디 등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유혹자들을 분석해 현대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한다. 이중 많은 부분들은 실제로 브랜딩에 대입해도 좋은 전략이 된다. 브랜딩 유혹의 법칙,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적절한 고통을 줘라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듯 헌신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지만 때로 지루하다. 적절한 ‘밀당’의 기술로 상대방을 안달이 나게 하는 것도 유혹의 기본이다.

▲ h&m × 발망 콜라보레이션 룩북.

SPA브랜드 H&M은 이러한 밀당에 상당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SPA의 미덕은 합리성과 대중성에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디자인과 좋은 퀄리티의 옷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역세권에 가까이한 직영매장에서 편안하게 그 ‘무난함을 소비’한다. 그런데 최근 H&M을 비롯한 SPA의 대표 브랜드들은 이러한 접근성과 무난함을 깨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명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다.

H&M은 이번 가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전 세계 3000여개 매장의 일부만 선별하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4개 매장에 한해서 론칭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은 출시 전부터 애가 탔다.

SNS를 통해 매장 정보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됐고, 룩북 오픈을 기다렸다가 다 함께 열광했다. 매장 앞에서 텐트 동숙할 동행인들을 모으기까지 했다. 당연히 H&M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할 매장에 대한 정보 발표를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뤘다.

당일에는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그날만큼은 ‘갑’에서 자발적 ‘을’이 되어 흥분된 구매를 하게 되는 고객들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쉽게 살 수 있는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 속에 또 다시 특별한 영향력을 획득하는 순간이다.

루틴을 깨라

늘 하던 걸 하고, 보여주던 모습만 보여주면 매력은 점점 반감된다. 뻔하니까. 아무리 재미있어도 기대 이상이 없으면 어쩐지 김이 새기 마련이다. 이른바 루틴(routine)이란 것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버거킹이 맥도날드에게 제안한 ‘세계 평화의 날’ 기념 콜라보레이션 제안은 그런 측면에서 예측을 뛰어넘는다.

▲ 세계 평화의 날을 기념해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향해 보낸 도발적인 제안 '맥와퍼'.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서로 싸우는 건 코카콜라와 펩시와의 대결만큼이나 익숙하다. 은근한 디스와 비교 광고로 유머를 자아냈던 사례들은 이미 넘칠 만큼 허다하다. 그렇기에 ‘싸우자’가 아니라 ‘화해하자’는 접근은 더욱 더 신선하다.

버거킹은 <뉴욕타임스> 등의 전면 광고를 통해 맥도날드에 콜라보레이션 제안 편지를 보냈다. 세계 평화의 날인 9월 21일 하루 동안 콜라보 제품인 ‘맥와퍼’를 팔아 그 수익금을 기부하자는 내용이다.

레시피와 점포 위치(버거킹 본사와 맥도날드 본사의 중간 위치인 애틀랜타), 유니폼 디자인까지 정하고 본인들은 정말 진지하게 제안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맥도날드에 쏠렸다. 그러나 당사자는 콧방귀 한 번 뀌지 않으며 사실상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이 한바탕 이벤트는 신선한 재미를 줬다. 동시에 실질적 시장 1위 브랜드인 맥도날드를 뻘쭘(?)하게 만들고 버거킹을 대등한 경쟁자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얻었다. 다른 시장 플레이어인 데니스, 웨이백 버거스, 크리스탈 같은 버거 브랜드들의 콜라보 프러포즈를 받으며 화제를 더욱 이어간 것은 일종의 보너스였다.

진심을 입증하라

상대방을 유혹할 때 늘 거창한 공언이 먹힌다고만 생각하면 하수다. 실상 사람들은 놓치기 쉬운 작은 디테일이나 기대하지 못했던 충실한 배려에 더 반응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IT쪽 얼리어답터들의 리뷰를 보면 늘 개봉기의 첫 내용은 박스 사진이다. 패키지 디자인부터 실망을 주면 본편에 대한 만족감은 많은 부분 사그라진다.

요즘 가전제품들은 아예 잘 보이지 않는 뒷면이나 손이 닿지 않는 내부의 부품까지도 정성스럽게 소개한다. 그만큼 우리가 주장하는 고품질과 고품격에 대한 만족의 근거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것이다. 스스로 챙기기 어려운 영역의 디테일까지 남김없이 공개하는 상대에게 신뢰와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 오렌지 주스를 짜낸 시간을 보여줌으로써 신선함이라는 메시지를 증명하는 인터마르쉐의 오렌지주스 패키지.

이러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나 디자인에 있어서도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인터마르쉐(INTERMARCHE)는 ‘가장 신선한 주스(The freshest orange juice)’라는, 너무나 꾸밈없어 오히려 발칙하기까지 한 이름의 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주스는 다름 아닌 갓 짠 주스라고 주장한다. 맞다. 누가 그걸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 명제 앞에서는 다른 말이 필요 없어진다. 무첨가니 100%니 하는 말들이 무색해진다. 관건은 주장의 증명이다.

인터마르쉐는 주스를 짜낸 시간을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들 이야기를 입증한다. 매분 사라져가는 주스의 신선함, 그렇기에 실제로 짜낸 시간을 분단위로 패키지에 보여줌으로써 막연한 구호에 실체를 부여한다.

애매모호를 입어라

이미 다 알 것 같은 사람은 더 이상 궁금하지가 않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아내는 은근한 신비주의가 통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알 듯 모를 듯 썸 타는 관계에 흥분을 즐기고, 아무리 파봐야 풀리지 않는 음모이론에 끝없이 열광한다.

브랜드는 사실상 명확함이 중요하다. 정체성도 명확해야 하고, 혜택도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그 친절함이 때로 뻔함으로 퇴색되는 아이러니도 있다. 브랜드가 지니는 특정 측면에서의 애매모함은 때로는 결정적 매력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 ttl은 모호한 브랜드 콘셉트로 시대를 풍미했다. 사진: 광고 스틸컷
사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예전부터 많았다. 모호함 자체가 콘셉트인 브랜드도 있었다. (과거의 TTL이 그러한 접근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지 않았던가) 여전히 만연한 티징은 알 수 없음이 생명이다.

브랜드의 로고를 고의로 숨기는 로고리스(Logoless) 디자인은 드러내지 않음이 주는 희소성의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키며, 보다 특별한 소비를 원하는 ‘패피(패션피플)’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브랜드 네임에 있어서도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다양한 해석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불친절한 방식이 존재한다. 또한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인 비하인드 스토리는 공식적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애착을 형성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 말보로가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의 이니셜로 이뤄진 이름이라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상대방에게 아는 척을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Moby Dick)’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소설에서 스타벅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사가 직접 ‘사실은 그게 말이지…’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고객들은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소비하면 그만이다. 사실이건 아니건 감성의 영역에서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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