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노동문제’ 들고나온 JTBC의 승부수
드라마로 ‘노동문제’ 들고나온 JTBC의 승부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1.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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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소재와 콘텐츠 차별화 돋보이는 드라마 ‘송곳’

[더피알=문용필 기자] 의외였다. ‘출생의 비밀’과 달달한 ‘로코’가 판치는 주말 안방극장에 왜 이런 스토리를 펼쳐놨는지. 드라마의 소재영역이 점점 넓어진다고는 하지만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주제를 들고나왔다. JTBC 특별기획 드라마 <송곳> 이야기다.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송곳>은 노동문제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정리해고 방침이 내려지자 이에 맞서는 노조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카트>가 연상되기도 한다.

▲ 드라마 <송곳>의 포스터./사진제공: jtbc

이야기의 시작은 군 장교 출신의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이다. 평소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휘하 직원들의 뒷담화 대상이 된 이 과장은 어느날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라는 사측의 지시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동료과장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사측의 이간질로 직원들과도 멀어지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과장의 선택은 ‘노조’였다. 황폐화된 노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베테랑 노무사 구고신(안내상 분)과 힘을 합친다. ‘두려움 반 귀찮음 반’으로 선뜻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던 직원들도 사측의 압박을 몸소 체험한 후 하나 둘 이 과장과 뜻을 함께하게 된다.

<송곳>을 관통하는 또다른 스토리는 ‘을’의 투쟁기다. 단지 정리해고 대상인 말단 판매직 사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측의 부당한 지시에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패악질을 부리는 과장들이나 정리해고를 진두지휘하지만 정작 프랑스인 점장에게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부장도 ‘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송곳>은 지난해 이맘때 큰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미생>과도 닮아있다.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어찌보면 비슷한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는 점,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이 돋보이는 등장인물도 한몫을 한다. (관련기사: 대한민국 샐러리맨은 왜 ‘미생’에 열광하는가?)

다만, <미생>이 ‘완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면 <송곳>의 등장인물들은 이보다 더욱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완생은 커녕 미생인 자신의 처지만이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이들의 스토리다. 직장인의 일상적 애환, 그 이상의 무게감이 드라마 전반에 깔려있는 것이다.

묵직한 주제와 불편한 시선

앞서 언급했지만 JTBC가 노조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기 어려운 묵직한 주제인데다가 정치성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정교과서 이슈에 묻힌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임금피크제 등 현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개혁안 관련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관련기사: 여야 현수막으로 보는 ‘노동개혁’ 프레임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의 해고 요건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송곳>은 과감히 노동자의 시선으로 노동문제를 바라봤다. 연출자인 김석윤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적어도 현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타 종편사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 봐도 소재와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송곳>은 노동문제를 스토리를 이끄는 소재적 도구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구고신의 입을 통해 사측과의 교섭방법 등 일반 노동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노동관계법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우산공장과 부채공장의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한 장면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에 쏙 박힌다.

게다가 <송곳>의 방송시간은 소위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토요일·일요일 밤 9시 40분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싱어> 등을 탄생시킨 JTBC의 저력이라면 이 시간대에 좀 더 광범위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할 수도 있었을 터.

▲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JTBC는 비슷비슷한 소재의 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송곳>을 전면에 배치했다. 지현우와 안내상, 슈퍼주니어의 예성 외에 눈에 띄는 스타배우는 없지만 김석윤 제작기획국장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도한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이쯤되면 JTBC가 승부수를 띄웠다고 봐도 될 듯하다.

약자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은 분명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생> 신드롬이 이를 증명했다. 물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만나보기 힘든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송곳>은 주목받는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아직은 <송곳>의 파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난 1일 방송된 4회분은 1.5%(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10%를 넘긴 <미생>에 비하면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방영 초반인데다가 8회분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언론의 호평과 네티즌들의 찬사도 여전하다. 극중 구고신의 대사처럼 이 드라마가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오는 송곳같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과연, JTBC의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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