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아낌없이_교감하라 +1
#브랜드_아낌없이_교감하라 +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5.09.1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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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던지지 말고 느끼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브랜딩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만 일단 그 전에 눈앞의 클라이언트들, 심지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작업한 팀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견고하며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부감이 앞선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의외로 쉽게 술술 풀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다름 아닌 적절한 스토리, 그리고 시각화 작업이 동반됐을 경우다.

특히 시각화는 생각보다 강렬해서 전략, 혹은 언어적 작업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각적인 효과를 동반하면 훨씬 더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100페이지의 논리가 아니라 단 한 컷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이를 감성적으로 받쳐주는 스토리, 깨알 같은 실행아이디어가 겸해졌을 때인 것이다.

▲ 사람의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대변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각적이고 영상적인 것에 좀 더 반응을 하는 경향은 우리의 하루를 짚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감정을 ‘이모티콘’의 다양한 표정으로 대변하곤 한다.

토끼 모양을 한 카톡의 캐릭터 ‘무지’를 활용해 ‘나의 억울함’을 표현하고, 새침한 고양이 ‘네오’의 표정을 빌어 설명할 수 없는 그날의 짜증을 시크하고 무심하게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희로애락을 지배하고 있는 수많은 표정들, 그래픽들은 어느새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캐릭터에 숨결 불어넣는 스토리

캐릭터나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활용하는 전략이 그 어느 시기보다 더 크게 기대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유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가 이 시대의 ‘영상’과 만나 강렬함을 생성하는 데서 온다.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전제로 한 캐릭터는 무궁무진한 스토리의 가능성을 이미 안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되는 캐릭터의 개성으로 자리하면서 꾸준하게 소비자의 일상과 감정을 파고들 힘을 지니게 된다.

2010년 창업 110주년을 맞이한 일본의 닛신제분그룹(日淸製粉グル-プ)은 붓으로 자연스럽게 그린 고양이의 나른한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의 110년을 알린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고양이 캐릭터인 ‘코냐라(コニャラ)’는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토시오가 붓으로 끼적끼적 그렸던 일러스트로부터 시작됐는데, 이를 우연히 보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극찬했고, 결국 광고 캐릭터로 채택됐다.

2010년 첫 CM이 엄청난 반응을 얻으면서 2012년에 ‘코냐라의 노래(コニャラの歌)’, 그리고 2015년 세 번째로 제작된 ‘배고프네 노래(おなかすいたねの歌)’가 소개됐다. 이들의 캐릭터가 다른 어떤 기업의 캐릭터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이슈를 생성해 냈다면 그 중의 7할은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존재감이다.

그간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웃집 토토로> 등을 창조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거대한 스토리 후광을 받으면서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끼적이던 과정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찬,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스토리가 돼 이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 닛신제분이 선보인 ‘배고프네 노래(おなかすいたねの歌)’영상 화면 캡처.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캐릭터의 ‘지속성’이다. 5년 동안의 시리즈를 거치면서 하나 둘 늘어난 코냐라의 가족이 함께 어울리고 뒹굴 거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훈훈함이 있다. 닛신제분그룹은 이미 알았던 듯하다.

일방적으로 기업 가치를 천명해 주입시키는 방식을 버리고 나른하고 편하게 화면 곳곳에서 노니는 코냐라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그저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와 교감하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생활의 실현’이라는 점을 말이다.

소비자와 통하는 의외의 지점

최근 캐릭터 전략을 살펴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화산송이 특공대였다. ‘불가능한 모공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나타난 다부진 표정의 화산송이 캐릭터들은 단연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 영상은 적절한 과장과 패러디를 통해 또 다른 버전의 ‘미션임파서블’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고, 그들이 전하고 싶어 하는 완벽한 모공작전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제시했다.

깨끗한 자연과 건강한 아름다움을 콘셉트로 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대체 왜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일까?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캐릭터라니 그것도 여리여리한 일러스트레이션도 아닌 투박한 형태의 캐릭터로 말이다.

그런데 화장품과 캐릭터, 이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 ‘어색함’이 아닌 ‘색다름’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니스프리의 대표 소재인 ‘화산송이’라는 물질에 이들이 불어넣은 것은 개성과 스토리라는 생명력이었다. ‘깨끗한 제주의 건강한 소재, 화산송이’라는 메시지와 ‘화산송이’의 형태와 움직임, 그리고 콘셉트까지 부여한 캐릭터의 활용을 비교해 보자. 스토리로 무장한 ‘이유 있는 캐릭터’의 등장은 소비자들과 의외의 지점에서 교감의 기회를 준다.

‘나다움’을 찾아서

보다 더 생생하고 손에 만져질 듯 다이내믹한 비주얼 전략을 계획하는 것은 ‘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교감하겠다’는 의지임이 분명하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하는 전략, 생각했던 바로 그 표정으로 생생하게 다가가는 것,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스며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누군가의 인식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한동안 기업의 핵심가치 정립을 ‘창조’, ‘혁신’, ‘파트너십’ 등 하나의 단어로 정립하는 작업을 많은 기업들이 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가치는 그저 건조하기 짝이 없는 키워드(keyword)일 뿐이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나는 아니다. 실제적인 관계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 버리는 ‘나다움’, 여러 해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해온 선택의 반복이 보여주는 ‘태도’만이 나를 표현해주는 정확한 것들이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가치가 정말로 있다면 팔지 말고 보여주길. 던지지 말고 느끼게 해주길. 요는 1%라도, 1㎜라도, 1g이라도 교.감.하.길

정지원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브랜드메이저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스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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