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까다로워지는 인터넷신문 등록, ‘사이비언론’ 퇴출 수순?
한층 까다로워지는 인터넷신문 등록, ‘사이비언론’ 퇴출 수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8.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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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개정안 발표, “저널리즘 품질 제고 위해”…역효과 우려도

[더피알=문용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자격 미달 인터넷언론 퇴출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인터넷언론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된 시행령을 내놓은 것.

이는 날로 늘어나는 인터넷언론의 홍수 속에서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 어뷰징·실검낚시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이른바 사이비언론을 퇴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그 많은 신문들은 뭘 먹고 살까?)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단순하게 자격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언론계의 병폐를 막을 수 있냐는 회의론과 언론시장의 진입자율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타난다.

인터넷언론 등록요건 강화, 명분은 ‘언론 품질 제고’

문광부는 최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3명 이상의 취재인력을 포함해 총 5명의 취재 및 편집인력을 고용하도록 했다. 이는 취재인력 2명 포함 취재 및 편집인력 3명이었던 기존의 요건을 강화시킨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취재 및 편집 담당자 명부만 제출하면 됐지만 개정안은 이들의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역 확인서를 제출토록 했다. 소속 기자들이 실제로 고용관계를 맺고 일하는 지를 파악하겠다는 셈이다.

아울러 인터넷신문도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한 신문법 개정안이 오는 11월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음란, 폭력정보에 대한 청소년 접근제한 및 관리조치 등 책임자의 업무를 명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10월 1일까지다.

이미 등록된 인터넷언론사의 경우, 1년 이라는 자격요건 준비기간(청소년 보호책임자 조치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지만 기존의 자격요건을 간신히 채운 매체들의 경우에는 신규인력을 뽑아야 하는 상황. 그런 만큼 영세언론사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자금여력이 없는 일부 매체들은 폐간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이같은 개정안을 내놓은 가장 큰 명분은 언론 품질 제고다.

문체부는 개정 이유를 통해 “등록 인터넷신문이 매년 약 1000개 씩 급증하고 언론중재조정신청건수의 46%(2013년 기준)를 인터넷신문이 차지하는 등의 최근 상황과 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신문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신문의 사실 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작여건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유사언론 행위를 근절하고, 포털사이트에서의 무분별한 어뷰징과 검색어 기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연결된다. 문제의 주요 원인을 인터넷언론의 폭발적인 증가에서 찾은 것이다. (관련기사: 날뛰는 사이비언론, 깊어지는 홍보의 딜레마)

지난해 12월 문체부의 ‘정기간행물 현황’에 따르면 인터넷신문 및 뉴스서비스는 2005년 286개가 등록됐지만 지난해에는 그 수가 급증해 무려 595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개정안과 함께 발표한 규제영향분석서를 통해 “인터넷신문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과도한 경쟁,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 전달 과정 및 여론형성에 있어 왜곡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신문이 뉴스콘텐츠 생산, 유통보다 수익창출을 위한 클릭 경쟁에 집중하면서 기사 어뷰징 등의 폐해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스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 신문의 특성을 감안해볼 때, 현재의 등록요건으로는 기사의 정확성 및 인터넷신문의 책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최근 인터넷신문의 콘텐츠 파급력, 언론중재신청건수 급증 등을 감안해볼 때, 인터넷 신문기사의 정확성 확보를 위한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 안팎서 찬성, 반대, 회의론 공존

이같은 정부의 시각은 최근 한국언론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과도 맥이 닿아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인터넷 뉴스생태계의 현안과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 중 최소 인력 요건은 취재 및 편집인력 3인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기사생산은 물론이고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팩트를 확인하고 기사를 선별하는 종이신문의 편집국에 해당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최소한 게이트키핑이 작동할 수 있는 규모의 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 자료: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현황>(2014.12)

아울러 “등록제 강화의 내용을 기존 인터넷신문에도 소급 적용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며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기존 등록 인터넷신문에 대해 1년 정도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 새로운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국민의 상식적 수준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에 가입된 것을 상시적 고용으로 보고,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의 이같은 제언은 문광부의 이번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들과 일치한다.

일부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문체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주로 언론계 주류에 속한 종이신문들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방송의 난립을 막으려면 당연히 등록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더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당국이 인터넷 신문·방송의 운영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가차없이 등록을 취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도 “사실 확인, 균형 잡힌 보도, 권력 감시 등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면 취재인력 5명으로는 터무니없다. 등록과 동시에 기업을 갈취하러 다니는 일이 없도록 자본금 규정을 신설하고 일정 기간 이상 존속해야 포털에 기사를 송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더욱 강력한 규제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지난 18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행 3명을 유지하더라도 피고용인 2명에게 최저임금이나마 지급하고 있는지 입증토록 하면 그런 사이비언론은 충분히 정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작은 인터넷신문이라고 사이비만 있는 건 아니다”며 “손쉬운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은 사이비언론의 창궐을 불렀지만 거꾸로 시민언론운동의 기회이기도 하다. 주류언론이라는 조중동까지 온갖 쓰레기(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이 판국에 이런 시민언론이 전국 곳곳에 생겨 더러운 언론판을 정화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계 한 종사자도 “종이신문을 창간하려면 상당한 투자와 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간 비교적 쉬웠던 인터넷매체 창간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소수집단의 언론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어뷰징 등의 병폐가 비단 인터넷언론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만큼, 무작정 등록요건을 강화하기 보다는 언론계 내부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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