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 이끈 데이터마이닝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 이끈 데이터마이닝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5.08.21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명확한 상황 분석, ‘관점’ 바꾸는 무기로

[더피알=신현일] 축적된 데이터를 특정한 패턴이나 유사성을 기준으로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와 통찰력을 찾아내는 과정을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몇 년 전부터 전 사업영역에서 핫 키워드로 등장하는 빅데이터의 여러 영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타깃을 정의하고 세분화하는 과정은 이제 너무 일반적인 개념이며 과정이 됐다.

디지털 마케팅이 주력 마케팅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타깃에 대한 분석을 단면이 아닌 다각적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만큼 마케팅 환경이 복잡해지고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이 있듯이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데이터마이닝 → 마인드마이닝

데이터마이닝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활용하거나 할인점의 구매패턴을 분석한 장바구니 분석(Market Basket Analysis), 반도체나 자동차업계에서 생산 공정단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률을 낮추는 품질관리(Quality Control) 등 다양하게 활용되며, 실제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마케팅 영역에서는 잠재소비자들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특정 지역, 연령대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일명 ‘마인드마이닝(Mind Mining)’으로 그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

마인드마이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례로 꼽히는 ‘넷플릭스(Netflix)’사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얼마나 고객에 대한 사전 분석이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가장 큰 상용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영국 BBC 미니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리메이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제작에 앞서 영국판 오리지널 시청층을 분석하고 미국판에 적합한 감독과 주연배우를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결정했다.

▲ 하우스 오브 카드는 철저한 데이터마이님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정치 드라마 소비층 데이터와 연계해 잠재적 매출까지 계산, 위험을 감수하고 1억 달러를 과감히 투자해 파일럿 제작 없이 시리즈 전체를 한꺼번에 만들어 드라마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흥행에 힘입어 최근 넷플릭스는 매출이 23% 증가하고 주가가 18%나 오르는 겹경사를 맞으며 순항 중이다.

우리가 흔히 ‘멍’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활동량이 많아 멍이 잘 드는 ‘아이들’, 멍이 들면 문지르는 ‘계란’ 정도일 것이다.

비타민제품으로 유명한 유유제약은 20여년 전에 ‘베노플러스’란 소염·진통 작용을 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포지셔닝을 ‘바르는 진통소염제’로 정의했다. 그렇게 20여년 동안 베노플러스는 자주 멍이 드는 아이들의 멍과 부기를 빼주는 제품으로 소구했고 그 누구도 그 콘셉트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 유유제약 베노플러스 광고이미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팝아트를 이용해 위트있는 광고를 선보였다.
그러나 유원상 상무(현재 부사장)는 경영대학원에서 데이터마이닝 수업을 들으면서 제약 업체 최초로 데이터마이닝을 도입해 베노플러스를 재정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곧 다음소프트와 함께 멍에 관련된 키워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에는 반전이 있었다. 멍의 연관 타깃으로 생각했던 ‘아이’나 ‘자녀’ 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검색됐으며, 멍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위로 ‘계란’ 다음으로 ‘가리다’가 여러 의약제품보다 많이 언급됐던 것.

이 내용을 심층 조사해보니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나 민소매를 입고 싶을 때 멍이 든 경우, 팔다리에 생긴 멍을 어쩌지 못해 메이크업으로 가린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노출이 많은 여름철에 멍에 대한 검색량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겨울철에도 ‘멍’에 대한 검색량이 여름철 못지않게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인은 바로 ‘성형수술’이었다. 수험생이나 대학생들이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성형을 많이 하다 보니 얼굴에 남아 있는 멍과 부기를 제거할 방법에 대해서 검색을 한 것이다. 이런 데이터마이닝 결과를 토대로 유유제약은 베노플러스가 지향해야 할 목표시장으로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미용, 더 나아가 성형시장과 연관시켜야 된다는 결론을 지었다.

단순 정보 넘어서는 상황에 대한 통찰력

상품 재정의 작업을 거쳐 유유제약은 먼저 광고부터 바꿨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못난이 인형’을 내세웠던 이전 광고에서 최근에는 젊은 여성층에 인기 있는 팝아트 형식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로 전환했다.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에 생긴 멍과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이 전하는 멍, 붓기에 대한 위트 있는 메시지가 돋보인다.

광고를 집행하는 매체도 달라졌다. 과거 못난이 인형 광고포스터는 약국에 붙이거나 제약관련 잡지에 게재하는 게 전부였지만 새로 제작한 광고는 <슈어> <엘르>와 같은 성인 여성들이 주로 보는 패션·뷰티 매거진에 집중해 광고를 실었다.

그 결과 리포지셔닝 전략 1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0% 늘었으며 일반약국은 물론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에서도 제품 문의가 올 정도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웹과 소셜미디어의 데이터 26억건을 조사한 유유제약의 사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 제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결국 데이터가 정보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보를 토대로 상황의 통찰력을 발견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데이터마이닝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바일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전자기기인 모바일뿐만이 아니라, 모바일 라이프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해 새로운 관점으로 마케팅 콘셉트를 찾는 노력이다. 그것이 곧 디지털 마케팅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현일

트라이앵글와이드 전략기획본부 이사

브랜드컨설턴트를 거쳐 3년 전 험난한 IT업계에 발을 내딛어 전략기획을 맡고 있으며 브랜딩과 디지털업계를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서바이벌 중.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