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말투’ 직독직해 채널A, ‘보도의 품격’은 아몰랑?
‘신동빈 말투’ 직독직해 채널A, ‘보도의 품격’은 아몰랑?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8.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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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프로그램서 일본어투 발음 그대로 자막 처리…언론학자들 “선정·연성 보도” 일침

[더피알=안선혜 기자] “아버니므르 많이 존겨하고 있스므니다(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11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보도했던 방송 프로그램의 영상 자막 일부다.

이 영상을 내보낸 곳은 채널A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직언직설>과 뉴스 프로그램인 <박정훈의 뉴스 TOP 10>으로, 신 회장의 일본어투가 담긴 한국어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자막에 노출시켰다.

▲ 채널a <직언직설> 11일 방송(위)과 채널a <박정훈의 뉴스 top 10> 11일 방송화면 캡쳐.

<직언직설>은 이날 신 회장의 기자회견을 중계하며 “아버니므르 많이 존겨하고 있스므니다(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경영하고 그리고 카족의 문제는 별또라고 생각하고 있스므니다(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자막을 영상 하단에 삽입했다.

<박정훈의 뉴스 TOP 10>은 아예 주제 자체를 “총수의 ‘일본말투’ 사과문”으로 잡았다. 그러면서 “준잔기적으로 그부브르 지지회사로 정한해 쑨황출자르르 완전히 해소하겠습니다(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습니다)”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일본 어투를 순화한 자막을 그대로 받아 쓴 자막과 함께 내보내기는 했지만 이 역시 희화화 내지 조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방송 장면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언론채널에서 저러면 되냐”와 같은 비판적 견해와 함께 “예능프로그램인가” “자동 음성인식 자막이었다고 생각하련다” “받아쓰기 100점 맞춤법 0점이네요” 등의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언론학자들은 “연성화된 보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막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는 것인데, 그걸 소리 나는 대로 적었다는 건 다분히 의도성이 있어 보인다”며 “인터뷰이가 문법에 맞지 않거나 틀린 표현을 쓰더라도 일반적으로 자막에서는 바로 잡아서 쓰는데, 그처럼 선정적으로 방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역시 “보도의 품격이라는 게 있는데, 그 품격을 고려하지 않은 연성화된 보도라고 생각한다”며 “객관적 사실 전달 차원보다는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잘잘못의 판단에 대한 유보적 입장도 존재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자막 처리를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좀 더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 경우 옳다 그르다 보다는 정확히 전달한다(실제 어투를 그대로 전달)는 것과 어법에 맞게 다듬어서 전달한다는 것 사이 선택의 문제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이 사안(롯데 경영권 분쟁 문제)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국어를 잘하느냐 못 하느냐는 곁가지일 뿐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배정근 교수 역시 “지배 구조나 수익금 분배 등에 대한 비판이라면 모르겠지만, 개인이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일본 어투를 쓰는 것은 지엽적 문제일 뿐 본질적 사안이 아니다”고 일침했다.

이번 자막 논란과 관련해 채널A 측은 “현재 경위를 파악 중이다”란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자막에 대한 문제를 사측에서도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는 정도밖에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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