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혐오 성향, 그리스 국민도 예외 없었다
손실혐오 성향, 그리스 국민도 예외 없었다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5.07.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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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의 Unchangeable] 손실은 이익보다 크게 느껴진다

[더피알=황부영] 외진 곳을 관통하는 도로가 있고, 그 도로상에 주유소가 하나 있다. 주유소 주인은 신용카드가 아니라 현금으로 기름값을 지불하는 손님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현금 사용자에게 1리터당 950원을 받고, 카드 사용자에겐 1리터당 1000원을 받기로 했다. 두 종류의 문구를 준비해서 플래카드도 걸기로 했다. 편의상 첫 번째 문구를 A라 하고 두 번째를 B라 하자.

A문구는 ‘1리터 1000원! 단, 현금사용 시 리터당 50원 할인’이고, B문구는 ‘1리터 950원! 단, 카드사용 시 리터당 50원 할증’이라고 준비했다. 사실 따져보면 같은 내용이다. 기름값 1리터에 카드 쓰면 1000원 받고 현금 쓰면 950원 받는다는 얘기다.

단지 A는 할인이라는 ‘이익’에 초점을 맞췄음에 반해 B는 할증이라는 ‘손해’를 강조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같은 얘기를 이익과 손해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 전달하는 것이 행동유발 효과가 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A문구보다 B문구를 접했을 때 현금사용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익이 주는 만족보다 동일한 양의 손실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운전을 하고 있는데 차가 막힌다. 내가 서 있는 차로에서는 차들이 움직이지 않는데 옆 차로는 그래도 차가 잘 빠지는 것 같다. 막상 차로를 바꾸면 항상 원래 달리던 차로가 더 잘 빠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막히는 도로에서 차로를 수시로 바꾸면서 운전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1999년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은 차가 자주 막히는 2차선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영상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운전자들은 자신이 다른 차를 추월한 횟수보다 옆에서 주행하던 다른 차들이 자신을 추월한 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시에 운전자들은 꽉 막힌 2차선 고속도로에서 자신이 달리고 있는 차로에 있는 차량보다 옆 차로의 차들을 보는데 더 시간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의 설명은 이렇다. “내가 추월한 차량은 시야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나를 추월해 앞서 간 차량은 시야에 오래 남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고 “내가 추월할 때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내가 추월당할 때엔 자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여 운행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손에 쥔 것을 지키려는 심리

이 모든 것은 ‘손실혐오(loss aversion)’ 성향으로 설명된다. 손실혐오는 미국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네만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손실혐오 성향은 ‘Losses loom larger than gains(손실은 이익보다 과중하게 느껴진다)’라는 간단한 명제다. 잃는 고통이 얻는 즐거움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나타나 나에게 만원을 주면서 게임에 참가하겠냐고 물어본다. 일단 만원을 받았지만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간단하다. 동전던지기를 해서 앞이 나오면 받았던 만원을 돌려줘야 하고, 뒤가 나오면 2만원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잘못돼봤자 받았던 돈을 돌려주는 것이고, 잘 되면 3만원을 챙기는 게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게임에 참가하기를 거절한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이미 확보한 만원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실험이 카네만 노벨상 수상 몇 년 전 타계한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카네만과 함께 수행한 손실회피성향 실험이다.

카네만은 전망이론으로 버논 스미스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익을 볼 기회가 있어도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 행태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심리학자임에도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합리와 효용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경제적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밝히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가 됐다.

행동경제학에 적용되는 손실혐오의 성향은 이런 식이다. 1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A안과 2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55%, 손실을 전혀 입지 않을 가능성이 45%인 B안이 있다면, 다수가 B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시각으로 설명하는 주류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B안의 기대값(예상 손실 추정치)은 A안의 기대값보다 오히려 큰 1억1000만원의 손실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A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의 실제 선택 패턴은 그렇지 않다.

▲ 손실혐오 성향은 몇 년 전 재정위기 사태 때 정부의 긴축안에 대해 반발한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사진: 그리스 긴축채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아테네 국회 앞에서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몇 년 전 재정위기 사태 때 정부의 긴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한 그리스 사람들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은 33억 유로를 추가적으로 재정에서 삭감하자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3억 유로의 연금 삭감과 최저임금 22% 삭감, 공공부문 1만5000명 감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긴축안은 그리스 사람들이 바로 체감하는 정량적·확정적 손실이다.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경우 손실의 기대치가 월등히 크지만, ‘당장에 확보하고 있는 것을 손해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반발에 막혔던 것이다.

그리스까지 갈 것도 없다.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매입가 이하로는 내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주식시장에서의 손절매는 또 얼마나 고통스럽던가.

경품 VS 사은품, 선호도는?

손실혐오 성향을 설득을 위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해 보자. 실시만 하면 10만 달러의 지출을 당장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치자. 사장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까?

손실은 이익보다 커 보이는 법, 당연히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매년 10만 달러의 손실을 볼 것입니다”고 하는 것이 “이렇게 하면 매년 1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 절감할 수 있다는 것(즉 이익이 된다는 것)과 당장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수치상 동일하더라도 손실을 피하려는 마음이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손실혐오 성향을 마케팅에 적용해 보자. 당장 매출을 올려야 하는 판매촉진 프로그램을 기획할 경우다. 판촉 이벤트로 경품행사와 사은행사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일반적으로 경품 행사보다 사은 행사가 훨씬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법이다.

사은품은 조건만 맞추면 확실하게 얻을 수 있지만, 경품은 조건을 충족시키더라도 당첨 여부는 결국 운에 맡기는,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 이익이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은품이 지나치게 보잘것없으면 소비자들은 당장 확실하게 보장되는 이익이어도 그 이익이 너무 작다고 느껴, 확률이 낮더라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게 된다.

손실혐오 성향은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 ‘신제품 20% 세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광고문구가 ‘80%의 가격으로 신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는 문구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전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 할인은 물 건너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오늘이라도 당장 홈쇼핑 방송을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인간은 이익을 보기 위해 행동하기 보다는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행동한다.” 이것이 손실혐오 성향의 핵심이다. 인간의 선택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인 것이다. 이처럼 손실혐오 성향은 상대방의 즉각적인 행동 유도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장기적인 태도변화보다는 단기적인 행동조형에 더 효과적인 것이다.

따라서 손실만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특히 제시하는 손실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경우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은 흔히 말하는 ‘공포 마케팅’으로 전락하게 되고, 소비자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지도 못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지도 못 하게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는 손실혐오 성향을 현명하게 활용한 기업의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글이 실리게 됩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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