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_브랜딩이_뭐길래+1
#대체_브랜딩이_뭐길래+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5.07.17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텔링 1+1]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기억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브랜딩의 큰 프레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 과거의 프레임으로는 개인 미디어로 무장한 소비자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브랜딩이 대체 어떤 것이었지? 이 시대의 브랜딩,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지?’라는 두려움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익숙한 360도 통합마케팅, 통일성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 일관성(Consistency) 등으로 대변되던 프레임이 아니고 신기술의 진격과 변화하는 매체환경 그리고 정보와 미디어를 소유한 소비자 환경에 맞춘 ‘발 빠른 대응력’이, 탄탄한 기획력보다 더 우선시된다는 주장들은 참으로 적응하기 힘들다.

틀린 말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소 소모적인 아젠다(agenda)들만 넘쳐나다 보니 정작 지금 이 시대의 브랜딩에 대한 접근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 브랜딩은 이러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차고 넘치고, 눈과 귀를 순간순간 앗아가는 쌈박한 아이디어들은 발에 채일 듯 범람하는데, 브랜드관리는 더욱 더 갈피를 잡기 어렵기만 하다. 정말 프레임이 완전히 바뀐 것일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 3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또 다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간 조지 밀러 감독. 사진: dp/30 인터뷰 영상 캡처.

70대 거장이 던지는 메시지

여기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모두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이야기, 30년 전 아련한 전설로만 기억되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은 70대 거장 스토리텔러 조지 밀러(George Miller), 그가 다시 우리의 심장을 흔들어 놓았다.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매드맥스(MadMax)의 스토리는 무려 30년간의 인내와 침묵을 벗어 던지고 더 탄탄해진 재미와 완벽한 캐릭터,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해 독창적 세계관을 펼쳐 보여준다.

그의 나이와 전혀 상관없이, 걸어온 필모그래피에도 연연하지 않고, 현란한 CG 기술력에도 전혀 밀리거나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상상력을 대담하게 던졌다. 그가 상정한 ‘분노의 도로’라는 단순하고도 의미심장한 배경은 70·80년대의 작품에서 그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지 밀러 고유의 이야기 축과 세계관은, 변화 대신 더욱 진하고 생생해짐을 선택했을 뿐이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근래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들으며 고전하고 있었지만, 모나미가 어떤 브랜드였는지 우린 모두 기억하고 있다.

▲ 모나미153 한정판 광고 이미지. 50년만에 나온 프리미엄 신제품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볼펜 자체가 흔치 않던 시절부터 국민볼펜으로 자리해 오랜 시간 필기와 업무의 좋은 친구(Mon Ami: 불어로 내 친구라는 의미의 브랜드)로 존재해 왔다. 날씬하고 하얀 몸통에 새 부리모양의 선축, 딸깍딸깍 누르며 습관적으로 뱅글뱅글 돌리던 언니오빠들의 모습이 모두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 모나미가 2000년대 들어서며 최악의 경영난과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고, 마침내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에 다시금 의미심장한 결정을 내린다.

그들이 시작한 브랜딩은 바로 그들의 ‘오리진(Origin)’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친숙하고 오래된 모델인 ‘모나미 153’의 1만개 한정판을 선보인 것이다.

금속 니켈과 크롬을 도금해 만든 황동색 몸체에 ‘모나미 153’을 레이저로 각인하고 품질 좋은 독일잉크와 금속 볼펜심을 넣어 정성을 다했다.

5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정판은 품귀현상을 빚었고 온라인에서 경매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시도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모나미가 이런 브랜드였었나?’하면서 브랜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변화된 기술, 달라진 고객, 정교화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지 못한 채 단지 커뮤니케이션의 테크닉만 있다면, 화려한 등장으로 관심을 끌고 강렬한 웃음을 던져 주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를 압박해 오는 신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SNS의 다각적 활용 같은 것보다 더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이다. 여기에 바로 ‘대체 브랜딩이 뭐길래?’라는 질문에 대한 단순하고도 명료한 답이 숨어있다.

풋내기 의사출신 감독 조지 밀러가 1979년에 초저예산으로 찍은 매드맥스 1편은, 자본과 기술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잔인하도록 섬세한 감정선을 담은 스토리로 몰입을 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2015년 1억5000만 달러의 천문학적 자본과 최첨단 기술을 다시 손에 쥔 그에겐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단지 화려하기만 한 디지털기술과 CG효과가 아닌, 더욱 더 아날로그적인 거칠고 숭고한 액션이었다는 점, 그리고 더욱 더 공고해지고 탄탄해진 그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였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정지원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브랜드메이저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스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느라 골몰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