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 합병 반대’, 글로벌 PR대행사가 배후지휘
엘리엇 ‘삼성 합병 반대’, 글로벌 PR대행사가 배후지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7.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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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게이트 홍콩지사 리처드 바튼 담당…‘먹튀’ 소버린 때도 여론전 맡아

[더피알=문용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들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지니먼트(이하 엘리엇)가 과거 SK-소버린 사태 당시 소버린과 일했던 PR전문가와 협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부터 2년간의 경영권 분쟁기간 후 주식매각 과정에서 8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려 ‘먹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엘리엇과 손잡은 PR전문가는 영국 출신의 리처드 바튼이라는 인물이다.

▲ 뉴게이트 커뮤니케이션스의 홍콩지사 웹페이지./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바튼은 현재 뉴게이트 커뮤니케이션스의 홍콩지사에서 매니징파트너를 담당하고 있다. 뉴게이트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홍콩지사 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바튼의 이름과 얼굴이 전면에 나타난다. 사실상 홍콩지사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PR전문가들은 바튼이 삼성물산과의 분쟁과 관련한 엘리엇의 PR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튼에 대해 “파이낸스 분야의 PR전문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게이트 홍콩법인 페이지의 소개란을 보면 자신들이 ‘강력한 명성(strong reputation)’을 갖고 있는 분야에 헤지펀드와 자산관리, 뱅킹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현재 엘리엇의 공식적인 국내 PR 파트너는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뉴스컴)다. 뉴스컴은 과거 외환은행 사태 당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론스타의 PR대행을 맡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스컴 측 관계자는 “저희가 하는 일은 굉장히 간단하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라면 배포하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전달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보도자료 원출처에 대해선 “어디서 작성됐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전달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또다른 관계자가 답했다.

바튼이 이번 분쟁에 있어서 엘리엇의 PR전략을 담당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의 분쟁관련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지난 15일 게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하단에 뉴게이트와 바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명시돼 있다. 뉴스컴 관계자들은 바튼의 이름 다음으로 올라가 있다.

영문판 보도자료에는 아예 바튼의 이름만 보인다. 보도자료 전문 사이트인 ‘PR뉴스와이어’(www.prnewswire.com)에서도 바튼과 뉴게이트의 이름이 명시된 엘리엇의 영문 보도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웹사이트 보기)

통상적으로 보도자료에는 해당분야 담당자의 이름을 올려 언론의 취재편의를 돕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튼이 엘리엇의 삼성물산 관련 PR전략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뉴스컴 측은 바튼, 혹은 뉴게이트와의 협업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바튼은 10년 전 SK-소버린 분쟁에서도 소버린의 PR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국내에서의 PR업무는 한국 에이전시가 맡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가빈 앤더슨(gavin anderson)의 홍콩지사에서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튼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을 보면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가빈 앤더슨의 아시아지역 CEO로 재직했다. (해당 웹사이트 보기)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는 가빈 앤더슨의 아시아 매니징 파트너로 일한 것으로 기재돼있다.

▲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15일 내놓은 보도자료.하단에 리처드 바튼의 이름이 명시돼있다. /사진: 해당 보도자료 캡쳐

SK와의 분쟁 당시 가빈 앤더슨과 바튼이 PR대행을 맡았다는 사실은 당시 소버린 측의 보도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뉴스 전문 통신사인 ‘비즈니스 와이어’(www.businesswire.com)에는 지난 2004년 11월 8일 소버린이 배포한 보도자료가 게재돼 있는데, 바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명시돼 있으며 한국 내 PR 파트너사 담당자의 이름이 그 다음으로 있다. (해당 웹사이트 보기)

게다가 당시 소버린이 취했던 여론전 패턴이 이번 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에서 나타난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관련기사: 엘리엇의 여론전 패턴, 10년전 ‘먹튀’ 소버린과 ‘판박이’?  

이들 모두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개혁적 색채’를 앞세웠다는 점과 국내 PR에이전시와 손을 잡고 있다는 점, 별도의 웹사이트 구축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 소송전을 통한 여론환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PR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바튼은) M&A, 복잡한 구조조정이나 재무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서 노이즈를 내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PR은 갈등조장보다는 당사자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맞는 것인데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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