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식 영업’, 주류 언론도 예외 없다
‘조폭식 영업’, 주류 언론도 예외 없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7.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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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언론 문제 진단②] 협찬은 기본, 포럼은 옵션…‘하객 알바’ 요구까지

신문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한국엔 망하는 언론사가 없을까? 생각을 확장하면 이런 의심도 가능하다. 그 많은 신문은 뭘 먹고 살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무너진 광고시장과 시장논리에 반(反)하는 언론의 광고·협찬 관행을. 문제를 알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홍보의 딜레마를.

그 많은 신문들은 뭘 먹고 살까?
② ‘조폭식 영업’, 주류 언론도 예외 없다
날뛰는 사이비언론, 깊어지는 홍보의 딜레마
포털뉴스 개편과 사이비언론 퇴출

[더피알=박형재 기자] 사이비언론과 같은 행위는 비단 영세매체만의 일이 아니다. 제법 규모 있는 언론들도 최근 경영이 악화되면서 ‘약탈적’ 광고·협찬 요구가 부쩍 늘었다.

수년째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올해는 언론사들의 광고와 협찬 비율이 5대 5 데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게 광고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식 광고, 구독료보다 비공식적으로 ‘땡기는’ 게 더 많은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럼, 행사 등을 활용한 ‘협찬장사’다. 마라톤부터 전시회, 경영포럼, 재테크 포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지식과 교양을 전파하고 돈도 버니 폼 나는 장사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7개 언론사가 개최한 행사 수를 조사한 결과 184개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8개로 가장 적고, 한국경제가 50개로 가장 많았다.

7개 언론사에서만 한 달 평균 15개의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다른 일간지, 방송사, 종편, 지역언론까지 합하면 매년 행사 수는 수천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행사들이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본래 협찬은 행사장에 기업의 로고나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조건으로 일정 액수의 돈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언론사 행사는 홍보효과가 거의 없어 실상은 “그냥 돈을 달라”는 막무가내 영업수단이라는 게 홍보인들의 얘기다.

언론사 포럼들이 ‘장사’로 변질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수요는 없는데 공급만 넘쳐나는 탓에 ‘보여주기’에 그치거나 남의 행사를 베끼는 일도 많다. 잦은 언론 행사는 기업 부담도 가중시킨다.

대기업 홍보팀 B과장은 “기업들이 대부분 억지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 종일 행사장에 얼굴을 비추다 보면 중요한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행사장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알바’를 동원하고 기업에 인건비를 청구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지고 있다.

홍보업계에 정통한 모 기자는 “기업에서 언론사 포럼에 협찬을 진행하면 홍보팀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사진 찍고 케이크 커팅식 등에 얼굴을 비춘 뒤 빠져나오는데,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사라지면 행사장이 휑해진다. 일부 언론은 이를 막기 위해 하객 알바를 동원해 빈자리를 메우고 이 비용을 기업에 청구한다”고 전했다.

어떤 기업은 도와줄 테니 후원사에 이름을 넣지 말라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유령 협찬’이다. 다른 언론사가 알면 너도나도 달려들기 때문에 쉬쉬하는 것이다. 돈은 주고받지만 광고는 없는 ‘묻지마 후원’인 셈이다.

주요 일간·경제지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특집섹션’을 통한 광고·협찬 요구도 이미 보편화됐다. 자동차특집, 부동산특집, 재테크특집, 사회공헌특집, 중소기업특집 등에 제품을 소개하고 기업에 협찬비를 받아낸다.

특집으로 협찬을 유치하는 건 방송사도 마찬가지.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협상이 들어간다. 예컨대 은행과 중소기업의 상생 모델을 다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에 노출시켜 줄테니 몇 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중소기업 D홍보팀장은 “일부 중앙지 빼고는 ‘기사 장사’를 다 한다고 보면 된다”며 “기업에 좋은 기사 써주고 광고 받거나 신문, 잡지에 인터뷰 실어주고 돈 받기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보도자료 등을 포털에 노출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 매체 인지도에 따라 A급 언론은 30만원, B급은 20만원, C급은 10만원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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