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爲커뮤니케이션’으로 진정성을…
‘無爲커뮤니케이션’으로 진정성을…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0.11.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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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결혼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 부부간에 말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공통 관심사가 없으면 더 더욱 그렇다. 한국 남성들은 시시콜콜하게 직장 이야기를 부인에게 좀처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여기서 부부간 소통 부재가 문제로 떠오른다. 그렇다고 서로의 정이 식었기 때문에 대화가 단절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냥 눈빛만 봐도 상대 분위기를 안다. 마음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동양문화가 그렇다. 유명한 소통학의 대가, 위르겐 하버마스가 방한했을 때 한국적 의사소통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명륜당과 해인사에 이미 모든 답이 있는데 굳이 내 철학을 통해 한국사회를 연구하려고 하느냐?”며 반문했다고 한다.

그렇다. 중국과 한국,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인은 서구와는 달리 음(陰)의 문화다. 그래서 서구인은 태양을 좋아하지만 동양인은 달을 좋아한다. 서구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은 언어와 문자를 통해 분석하고 객관화시키고 논리적으로 명료화시킨다. 그래서 ‘人爲커뮤니케이션’이라 불린다. 그러나 동양권에선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규명하지 않고 생활 속 언어로 주제들을 흥미있게 풀어 나간다. 그러면서 은유적 방법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른바 ‘無爲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머리와 머리의 소통이 아닌, 가슴과 가슴으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컴퓨터 온라인에 이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서구식 문자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의사소통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고, 기업들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사내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 문자는 흔적이 남을 뿐 아니라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여사원의 경우 페이스북에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나 오픈된 공간에서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렵기 때문이란다. 일본 기업컨설팅 대가인 노구치 요시아키는 “기업 복도에서 사원들이 활발하게 대화하지 않고 컴퓨터에 머리 박고 있는 것도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이라 했다.

마음으로 속삭일 때 더욱 감미롭듯…

이것이 서구와 동양권이 다른 점이다. 지금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서양권의 커뮤니케이션 스킬만이 정답인 것처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서구의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와 문자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로 소통할 수 있는데 비해 동양권에선 감관을 사용하지 않고 귀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듣는 데 익숙해져 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람 냄새도 풍겨 가며 흥에 겨워 술 한잔에 마음으로 단합을 외치는 게 우리 소통문화다. 퇴임한 삼성의 모 사장은 재직시 전자결재나 임원을 통해 결재를 받지 않고 기안자가 직접 결재를 받게 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기안자가 그 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제일 잘 안다는 점, 두 번째는 임원들로부터 차단되는 사원들의 분위기를 면 대 면 대화로 직접 파악 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면 할수록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온다. 상대적으로 인간의 마음은 더욱 삭막해지고 멀어져 간다. 회사에 출근해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오로지 문자로 컴퓨터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과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일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부하직원 얼굴을 회식 때만 볼 수 있다는 어느 회사 임원의 말이 생각 난다. 우리 모두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주는 편리함에 빠져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랑은 드러내 놓고 외칠 때가 아니라 마음으로 속삭일 때 더욱 감미롭듯이 우리 조상들이 남긴 지혜스러운 無爲커뮤니케이션에도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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