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조폭식 광고영업’ 또다시 도마위
언론사의 ‘조폭식 광고영업’ 또다시 도마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3.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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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사설 통해 경쟁사 강도 높게 비판…“게임의 규칙 강제해야”

“막상 공개되고 보니 언론사 전체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회사가 기자들을 동원해 무리한 압박성 광고 영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 광고비를 받은 뒤 우호적 기사를 내보낸 정황, 재방송을 빌미로 금품수수가 있었던 점을 이 문건은 추정케 하고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19일자 <한국경제>의 사설 일부다. ‘어느 언론사의 걱정스런 영업 관행’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경은 경쟁사의 광고 영업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폭식 영업행위’라는 날선 표현까지 썼다.

▲ <한국경제>는 19일자 사설에서 경쟁 언론사의 광고 영업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한경 사설 인터넷 화면 일부 캡처.

언론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종편방송과 그 모회사’라고 직시해 비판의 대상이 <매일경제>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2년 전 한 차례 ‘지면전쟁’을 치른 바 있는 양사가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매경-한경 고래싸움에 몸 사리는 기업들)

한경이 매경을 이처럼 대놓고 몰아붙이는 데에는 얼마 전 유출된 ‘MBN 광고국 영업일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 지난 5일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저널>은 ‘종편광고계 X파일’이라는 기사를 통해 MBN 영업1팀 업무일지 내용을 공개했다. 광고주(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광고·협찬을 요청하고, 기자들까지 광고 수주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이어 <선데이저널>은 15일에도 ‘MBN 종편광고 X파일 유출 파문 일파만파 ‘언론계 초비상’’이라는 제목의 후속기사를 게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무일지는 MBN 광고1팀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무정리와 공유차원에서 작성한 것이지, 회사의 공식 문건은 아니라는 게 MBN 측의 입장이다.

▲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종편광고계 x파일’이라는 기사를 계기로 종편 광고 영업 실태에 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선데이저널(www.sundayjournalusa.com) 기사 내용 중 일부 화면 캡처.

하지만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문건의 존재 자체로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다. 종편의 광고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기자가 광고맨으로 활약하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많다. (관련기사: ‘휴먼톡스’ 사라지고 ‘머니톡스’만 남았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의 광고압박이 더 심해진 것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종편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앉게 했더니 눕겠다?…“기업에 ‘쌍칼’ 드미는 종편”)

이 관계자는 “‘종편 4사 중 시청률이 제일 높다’ ‘단일 프로그램은 우리가 최고다’ ‘무조건 타사와 똑같이 광고 해달라’ 등 자기네에 유리한 각종 논리를 댄다”며 “기업 입장에선 광고를 하려 해도 4사 모두 내보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협찬 쪽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종편 광고 집행도) 신문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원턴(광고효과에 관계없이 모든 신문에 광고를 집행) 식으로 쭉 돌린다”며 “안 그러면 누가 뒷감당을 하겠느냐”고 전했다. (관련기사: 기형적 광고시장, ‘출구’가 안보인다)

자연히 언론 관리에 초점을 둔 광고 집행이 많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종편이 시청률이 높아졌다 해도 여전히 케이블 수준이다”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홍보실이 효과 보고 종편에 광고 하는 곳은 잘 없다. 대부분 기자(언론)관계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종편광고 시장과 관련해서도 “상승세이긴 하지만 채널 영향력이나 프로그램 시청률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며 “모회사인 신문사 파워에 기대 패키지로 묶어 지상파에 갈 광고를 끌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 방송광고 시장 현황을 보면 지상파 입지가 줄어드는 데 반해, 종편은 크게 성장했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TV 광고비는 전년도인 2013년 대비 8% 감소한 1조68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종편4사는 10% 이상 성장하며 대조를 이뤘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이 종이신문의 정치적 파워를 지렛대로 이용해 광고를 가져간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내부 문건 유출로) 이번에 바깥으로 노출된 것”이라며 비정상적 광고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종편에 대한 기존 특혜를 줄이고, 형식적이긴 하지만 존재하고 있는 게임의 규칙을 적극적으로 강제해 일탈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MBN 문건 유출로 기업에 대한 광고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사 동향 및 광고 집행비까지 낱낱이 거론된 상황에서 종편을 포함한 다른 매체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견해다.

모 대기업 홍보 담당은 “기업 실명과 광고 ·협찬비까지 알게 돼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줬다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돈다”며 “(해당) 문건이 빌미가 돼 앞으로 (광고 요청으로) 고생할 기업들이 꽤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MBN 광고영업 일지 유출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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