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프로그램, ‘21세기 조미료’ 필요해
맛집 프로그램, ‘21세기 조미료’ 필요해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5.03.1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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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각종 ‘맛집 기행’ 난무…등장 음식은 천편일률?

[더피알=유현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사항으로 귀에 박히도록 듣는 내용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금연, 술은 가끔 적당히 마실 것,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신 관리하며, 특히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관리에 노력, 충분한 휴식과 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 등이 핵심 원칙일 것이다.

▲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먹는 것’, 즉 개인의 식생활이다.
일정한 연령에 접어들었다면 암 검진을 비롯한 포괄적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당부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또 한 가지 대단히 중요한 원칙이 바로 ‘먹는 것’, 즉 개인의 식생활이다.

다수의 의료·건강 전문가들은 식생활만 바람직하게 영위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웬만한 질병들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자주 먹는가에 대한 건강한 원칙과 실천이야말로 건강한 상태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며,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 영역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유독 발생 빈도가 높은 위암에 대해서는 다수 의사들이 개인의 생활습관에서 오랫동안 유지되는 비(非) 건강한 식생활에 주목한다.

위암이라는 질병을 예방하려면 자극성 있는 음식을 가급적 지양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염분이 다량 포함된 식품과 비정상적으로 매운 음식 등은 자주 즐기지 말라는 권고가 주어진다. (관련기사: 대한민국은 지금 나트륨 다이어트 중)

물론 WHO에서 권고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인 2g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가, 혹은 한국인 식생활에서 과연 현실적인가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장량의 2배 이상을 일반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은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의료 전문가들의 당부와는 확연히 동떨어져 보이는 음식들이 주구장창 소개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최근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맛집 기행’ 프로그램들이다.

예전에는 저녁 식사 무렵에만 집중적으로 방영되던 맛집 프로그램들이 언제부터인가 시간대를 막론하고 대중적으로 방영되는 아주 흔한 아이템이 돼버렸다.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과 종편 등을 통해 전국에 산재하는 맛집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관련기사: 건강 프로그램이 건강을 해친다?)

▲ 최근 여러 채널에서 맛집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등장하는 상당수 음식들이 일선 의료·건강 전문가들이 자주 먹어서는 곤란하다고 당부하는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맛있다=짜고 맵고 자극적이다?

사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시청률이 예상되는 종목일 수도 있겠고, 기획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맛집 프로그램들은 나름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기는 해도 대체로 활발한 리포터나 연예인 등을 기용해 맛집을 방문하고, 얼마나 손님이 많은지 스케치한 다음, 마침내 시식을 하게 되는 시퀀스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음식을 소개하는 사람과 해당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과장된 멘트와 행동을 동원해 얼마나 맛있는지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다소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맛집 프로그램의 화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음식들이 일선 의료·건강 전문가들이 자주 먹어서는 곤란하다고 당부하던 바로 그 맛 일색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 의미의 ‘맛’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뛰어나겠으나, 소개되는 음식들이 모두 건강해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염분이 많아 보이는 음식을 다량 섭취하는 소위 비 건강적 모습이 “진정한 밥도둑이네요!”라는 멘트와 치켜든 엄지로 화려하게 포장된다.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매워서 분명 위장에 부담이 되는 상황임에도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기도 한다.

과도하게 짜고, 맵고, 뜨겁고, 과식을 부를 만큼 심하게 푸짐한 양의 음식들에 대한 맹목적 상찬은 끝날 줄을 모른다. 물론 이때쯤 되면 시청자들 입에도 자연스레 침이 고이게 될 것이고, 당장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방문하리라 다짐하는 적극적 사람들도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TV에 등장하는 맛집은 프로그램 상에서는 대략적인 위치만 제공될 뿐, 구체적인 상호보다는 간략한 이니셜로만 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방송사 자체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혹은 네티즌들의 검색에 의해 해당 맛집에 대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게시된다. 리포터와 연예인들의 활약이 컸던 곳은 직·간접적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되며,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방송에서 소개되고, 사람들이 많이 찾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유감도 없다. 하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매스컴의 여전한 파워를 실감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현재 방영 중인 맛집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음식들에 대한 편향성은 다소 아쉽다.

대다수의 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자제하기를 당부하는 ‘짜고 맵고 자극성 있고’ 등등의 맛들로만 콘텐츠를 구성하는 현재의 맛집 프로그램들이 다소 균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시청자들의 콘텐츠 수용방식도 중요하다. 필자를 포함한 시청자 스스로 ‘맛집=짜고, 맵고, 자극성은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파는 집’이라는 오랜 등식을 약간 수정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미다. 건강하게 맛있는, 혹은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이야말로 진정 맛난 음식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100세 시대’ 시청자를 잡아야

맛집 프로그램에 있어 건강이라는 테마를 가미한 다양한 포맷들도 방송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건강식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일반적인 맛집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이래저래 차이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진지하고 무거우며, 정보 위주라는 느낌을 받았고, 질병의 경험과 어우러지며 일종의 식이요법처럼 소개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접하기에는 거리가 느껴지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따라서 이제는 건강한 음식을, 혹은 기존의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변형한 음식 등을 소개하면서도 더 재미있고 대중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쉬운, 소위 ‘100세 시대’에 걸맞은 맛집 프로그램들이 많이 선보였으면 좋겠다.

실상 오늘날 대중들은 건강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그 어떤 세대보다 준비가 된 시청자들이다. 평균 수명 80세를 진작 넘어 이제 100세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건강한 100세를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인의 다양한 노력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부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건강은 거의 모든 TV 프로그램,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에 적용되고 각광받을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조미료(?)임에 분명하다. 대중적일 수 있는 ‘건강’의 다양한 면면이 맛집 프로그램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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