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부르는 필요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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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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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딩 에세이]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한 이론에 눈떠야

[더피알=김성민] 사랑하기 좋은 계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새 신발을 하나 사곤 하는데, 새로운 신발을 신게 되면 그에 맞는 옷차림으로 바뀔 수밖에 없으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옷차림이 바뀌면 ‘오늘’이 달라진다. 그런 작은 변화가 어쩌면 ‘내일’ 큰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예쁜 옷, 예쁜 차, 예쁜 얼굴. 뭐든지 예쁜 게 대접받는 세상이라 스스로 예뻐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조금 과장하면 강남에는 성형전문병원과 디자이너브랜드, 카페와 클럽뿐이다. 매일매일 열정적인 일과 파티를 위해 외모를 가꾸고, 디자이너의 옷을 사 입고, 이곳저곳 국적 없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를 소비한다.

사실 브랜딩에서도 외모를 단장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쉬운 일이다. 트렌드에 맞는 얼굴과 예쁜 컬러를 갖기 위해 소리 소문 없이 남들 모르게 외모를 뜯어 고친다.

하지만 그렇게 탄생된 브랜드는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 빠른 시일 내에 또 다시 컨설팅을 받아 재수술해야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나를 바꾸는 것이 전체를 바꿔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시각적인 변화만으로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여간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 브랜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많이 닮아 있다.

아무나(아무 브랜드나) 쉽게 사랑에 빠지기 어렵고,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버리기도 힘들다. 또 마침내 그를(그것을) 내 사람(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공유된 기억, 쌓인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또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고민하고 제시하는 인고의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브랜딩 전문가들이 성형외과 전문의를 동경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브랜딩과 성형의 공통점·차이점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를 보면 무형의 존재와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것도 심지어는 ‘PC 운영체제’와 연인이 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거의 매일 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나 애플의 맥OS와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워낙 감각적인 러브스토리를 잘 다루는 감독이라 전혀 작위적이거나 무안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이 영화 속 주인공과 닮아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상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마음 속 애정 어린 브랜드가 하나쯤은 있으니까.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문화적 풍요를 좇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땐 영화를 보는 것이 제격이다. 극장에 가는 것마저도 힘들다는 사람들을 위해 이 한 편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티켓도 필요 없고 극장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보다 흥미롭고 사랑스럽다. 심지어 30분 정도면 끝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짬을 내 볼 수도 있다.

제목은 <아임 히어(I’m here)>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녀(her)>의 스파이크 존즈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주인공(목소리)을 연기했다. 외모도 수려한데 내재된 감성도 깊고 따스하며, 목소리마저 훌륭한 (감각적인 미술과 영상미, 안에 담겨진 스토리, 심지어 음악까지도!) 수작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바로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와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 사진: 영화 <아임 히어(i'm here)>의 한 장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문화·예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아티스트를 지원하며 획기적인 컬처 브랜딩과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해 온 앱솔루트 보드카는 이미 앤디 워홀, 키스 해링, 헬무트 뉴튼 등과 같은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작업을 전개한 바 있다.

창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앱솔루트 브랜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 한 번 창의적 협력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면, 마치 이 정도는 해줘야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영화의 내용은 첫사랑에 대한 짧지만 영원한 감성의 폭을 다룬다. 진부한 소재일 수 있지만 오프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질지 모른다. 이 영화는 앱솔루트 보드카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상영된다.

‘좋은 브랜드’ 판단하는 기준점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베이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를 그저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찰하고 실험·연구해 인간이 지배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믿었다.

지식 기반을 기존의 연역적 논법으로 싹 틔우고 있을 당시, 그의 귀납적 관찰 방법은 근대 자연과학 정신의 초석이 됐을 만큼 중요한 화두였다. 새삼스레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꺼내든 이유는 요즘은 조금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남의 시선과 개성 표현, 비주얼과 외모중심주의로 가득 찬 세상이다 보니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사람들은 어느새 시, 문학과 같은 텍스트보다는 화려한 영상과 이미지를 선호하고 복잡함보다는 단순하고 쉬운 것을 추구한다.

물론 어떻게 보이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말끔한 수트 차림일 때와 편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었을 때 다른 인상의 하루를 선사하는 것처럼, 우리는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런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려 늘 애쓴다.

텔레비전에 잠깐 비친 어느 일반 여성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인터넷 스타가 되고, 심지어는 범죄를 저질러 ‘용서받지 못할 자’가 된 사람이더라도 CCTV에 찍힌 잘난 외모 덕에 ‘용서받을 수 있는 자’로 둔갑하곤 한다. 비로소 ‘보이는 것이 힘이다’가 통하게 된 세상인 셈이다.

우리에게 브랜드의 개념이 중요해진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일 수 있다. 외모가 어떻고 어떤 옷을 입으며, 어떤 차를 타는 지가 중요한 것은 타인에 의해 ‘나’를 판단하게 하는 기준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곧 두 번째 인상을 남길 수 있게 해주는 필요조건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도 같은 이론이 성립된다. 일단 눈길을 끌지 못하면, 다음 기회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시각적인 호감을 이용해 내면의 가치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처음의 관심과 흥미를 끝까지 잃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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