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민주주의’ 인도의 PR
‘세계 최대 민주주의’ 인도의 PR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5.02.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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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급격한 매체 변화 속 엿보이는 시사점

[더피알=신인섭] 인구 12억명, 세계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오랜 인더스 문명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가 인도이다. 인구의 80.5%는 힌두교, 13.4%는 이슬람교, 2.3%는 기독교, 1.9%가 시크교, 0.8%가 불교이다. 종교는 인도 국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다. 그러니 인도는 다언어·다문화·다종교 국가이다. 카스트라는 신분제도는 법적으로 없어졌으나 아직도 잔재는 남아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미디어시장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의 나라 인도이므로 당연히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인도 통계연감의 자료에서 2000년과 2010년 정기간행물을 대비해 보니 놀랍다.

선진국의 추세는 정도 차이는 있으나 예외 없이 신문부수가 줄고 있는데, 인도는 21세기 들어 10년 동안 약 66% 증가했다. 물론 소득이 오르고 문맹이 줄어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주목할 만한 일이다.

1990년대 초 시장경제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도의 방송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다름 아닌 민영화다. All India Radio(AIR)의 정부 독점에 민영화 바람이 일어나 1993년에 민영 FM방송이 시작됐다.

2000년에는 108개 FM방송 채널을 경매로 허가했다. 공중파는 148개 중파, 54개 단파, 168개 FM 방송국을 가지고 27개 언어와 146개 방언으로 방송하며 거의 전국을 커버한다.

이 같은 민영화 바람은 텔레비전에도 일어났다. DD(Doordashan)로 부르는 인도 최대의 방송국은 3개 전국 채널, 2개 특수 채널 그리고 9개 지역 채널을 가지고 있어 전국 90% 가까이를 아우르고 있다. 1991년 민영방송 허가에 따라 Star, Zee, MTB, CNN, Discovery, BBC, ESPN 등 외국 방송 채널이 개국했다. 다채널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시장경제 도입은 광고의 급성장을 동반했다. 프랑스 퍼블리시스(Publicis) 계열 매체전문회사인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ptimedia)에 따르면 2005년에 20억달러를 넘은 인도 광고비는 2010년에 45억8000만달러, 2015년 전망은 73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2000년에서 2015년 기간에 3.2배가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아직 보급률은 낮으나 인터넷의 증가세도 놀랍다. 12억 중 인터넷 사용자는 1억 3700만명으로 인구 대비 보급률은 11.4%여서 아시아 평균 27.5%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2000년에서 2012년 동안 성장률은 2470%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급속한 성장이 예기된다.

이 모든 매체의 변화는 인도PR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인도 광고의 특징은 매체별 구성비인데 인도에서는 신문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44.6%로서 텔레비전의 36.6%를 능가하고 있다. 이는 PR에 대한 시사를 제시한다.

▲ 인도에서 발행하는 영어 신문 인터넷 메인 화면.


PR의 태동과 퇴보

지난해 창립 150주년을 맞은 미국 광고대행사 J. 월터 톰슨은 이미 1929년에 인도에 진출했다. 인도의 다국적 기업 TATA(1868년 창립)는 1943년에 PR부서를 차렸고 PR 훈련과정을 만들었다. 1958년에는 인도PR협회가 탄생했으며, 10년 뒤에 국제PR협회 (IPRA)의 본을 따서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이 협회는 그 뒤 인도 전국에 23개 지부를 창설했으며 5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그러나 네루와 인디라 간디 총리 시대에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모든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PR은 필요 없고 오직 공보면 족한 시대가 됐다. 이 시기에 도입된 제도를 직역하자면 산업별로 만든 공공부문단위, 영어로는 ‘Public Sector Unit’이었다. 이 조직에는 공보 담당이 있었고 그 담당자들은 뒤에 PR 시대가 다가오자 그 요원이 됐다.

인도에 다시 PR이 꽃피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이었는데, 당시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유경제제도로 복귀한 것은 이때부터이고 PR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시장경제로 전환하자 외국의 PR회사들이 속속 인도에 진출했다. 프랑스 퍼블리시스 계열인 MSL PR회사에 의하면 1988년대 말 무렵부터 PR 회사 설립이 시작됐다.

그 결과 1980년대 말에 4개, 1990년대에 11개, 2000년대에 6개사가 설립됐다. 인도PR자문협회가 창립된 것은 2001년이다. 상황은 다르나 시기적으론 한국과 비슷한 즈음에 현대적 PR이 시작된 것이다.

PR시장 규모에 대한 자료가 더러 나와 있으나 아직 그 추정치에 격차가 심해 언급하기는 힘들다. MSL의 PR회사 자료 조사 결과를 보면 22개사 가운데 5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이 있는 PR회사는 22개사 가운데 7개사뿐이고 9개사는 200만달러 이하이다.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MSL의 2010년 보고서에는 인도PR에 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인도 상공회의소연합이 발표한 인도PR비 60억달러라는 숫자는 터무니없어서 오히려 인도PR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즉, 너무 방대한 시장이므로 실제적인 문제가 호도된다는 뜻이다.

둘째는 심각한 인재 부족 현상이다. 대부분의 우수 인재는 대우가 좋은 대기업으로 가버려 결과적으로 PR회사에 인재가 부족하게 된다.

셋째, PR의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광고의 리테이너(Retainer) 수준은 40만달러인데 비해 PR은 그 10분의 1 정도이다. 달리 말하면 PR은 아직 불안정한 사업이다.

넷째는 PR회사 자체의 문제인데 PR회사가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도 역시 PR회사의 문제인데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나 CEO 브랜딩 등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여섯째는 일시적으로 인도 경제성장률이 저하하고 있으나 한때 7%라는 성장률은 인도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뿐 아니라 다국적화하는 인도 기업에도 좋은 전망을 제시한다.

인도 PR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 의미로서의 PR의 개시는 기껏해야 20여년 밖에 되지 않기에 PR의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및 PR회사 자체의 능력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신흥경제시장을 상징하는 세계 4개국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가운데 세 번째 글자 ‘I’가 ‘INDIA’라는 사실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인도PR에 밝은 전망을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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