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안녕하셨습니까?
올 한해 안녕하셨습니까?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4.12.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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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언론 중심’에서 ‘통합적 여론 중심’으로 진일보

[더피알=정용민] “올 한해 안녕하셨습니까?” 이 질문에 “그래요, 평안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홍보임원과 팀장은 정말 복을 받아도 많이 받은 분들이다. “아니요… 평생 가장 힘든 한해였습니다”는 한숨만 나오지 않아도 감사할 홍보담당자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올해에도 기업 이슈와 위기 사례들은 매우 많고 다양했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아주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10~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국내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상당한 진화와 성장을 거듭 했다. 사회적 이슈들을 대하는 자세와 시각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진지해졌다는 것을 일선에서 느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이전 ‘언론 중심’ 시각에서 ‘통합적 여론 중심’의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진일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슈 및 위기 발생 시 보도자료와 기자 커뮤니케이션에만 관심을 갖던 홍보 담당자들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온라인과 기업 SNS 채널까지를 품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슈·위기관리 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운영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내부에서 손발이 안 맞는 해프닝들은 상당히 줄었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갖는 이슈 및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도 예전보다는 좀 더 현실화됐다. 과거 매뉴얼 중심에서 전사적 협업과 공유의 관점으로 이동, 체계를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리 개념을 강조하고 리드하는 홍보 조직들이 늘어났다. 사회적 여러 이슈들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자사의 토킹 포인트와 핵심 근거들을 개발해 임원들에게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주축이 돼 사내 여러 임원들을 가이드하고 훈련시켜 좀 더 안정된 커뮤니케이션 관리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들도 많이 보인다.

서울에만 집중된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혀 국내 지역별, 해외 지역별 커뮤니케이션 창구 관리에도 관심들을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지방 공장 사람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해명이나 핑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소 그들에게 전략적 가이드라인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중앙에서도 통합적인 창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슈와 위기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점진적 진화와 성장, 실질적으로 다양한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러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어떤 숙제들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 몇 가지 추가적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 보자.

위기 시 내밀 카드는 상시 준비

첫째, 이슈나 위기를 미리 예상해 통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좀 더 강화시켜 보자.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가 발생 한 후 의사결정을 하고, 입장을 정하고, 메시지를 다듬는다. 미리 만들어져 있는 준비된 카드를 즉시 내미는 기업들이 예상외로 적다는 이야기다.

타이밍에 있어서 준비 안 된 기업들은 준비된 기업들 보다 빠를 수가 없다. 뒤늦게 내민 카드 또한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내부와 외부 감지 역량을 가진 홍보실이 주축이 돼 가능한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준비들을 완성해 놓는 과정에 더 큰 관심을 가져보자. 전례 없고, 전조 없고, 성공적인 관리 사례가 없는 이슈나 위기는 없다.

둘째, 물론 한국 기업들의 경영구조 상 이슈와 위기마다 의사결정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보면 동일한 기업이라도 시간을 두고 발생한 유사한 위기들에 대응하는 방식이 그때그때 달라지곤 한다. 따라서 반복 발생하거나 이미 경험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응 기조와 프로세스들을 미리 구성해 놓을 필요가 있다.

VIP의 의사결정을 사전에 미리 예측할 수 없어 기본 대응 프로세스를 99% 정형화해 놓을 수 없다면, 절반이나 3분의 2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형화 해보자. 그리고 이를 가지고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해 놓자. VIP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일사불란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동종 또는 유사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공부를 현재보다 두 배로 늘려보자. 그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보다 이슈나 위기를 우수하게 관리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분석해 CEO와 임원들에게 지속 공유해 보자.

기업 임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타사들의 최근 이슈와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한다. 가십화가 아닌, 자사에 동일한 건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대응 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홍보실이 나서서 좀 더 이 부분에 대한 사내 수요와 공급을 관리했으면 한다.

기자 관리 넘어 사내 역량 강화

넷째, 이제는 이슈나 위기를 트릭(trick)이나 기술로 관리하려는 시도를 가능한 최소화했으면 한다. 선진 기업들은 대부분 체계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개선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 대응 능력들을 향상시키는 데 평소 관리 역량을 집중한다. 문제는 일부 국내 기업들이 평소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가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나름 신비한 트릭(?)을 통해 상황을 극복 또는 모면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기업이 언론을 넘어 여론을 상대해야 하는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에 놓였다. 여론을 상대로 하는 게임에 있어 섣부른 트릭이나 기술들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전 홍보 선배들로부터 들어왔던 흥미로운 대 언론 트릭과 기술들이 현재 같은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동일 적용되거나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을 수는 없다. 여론을 좀 더 경외하는 시각에서 정도에 더 집중하자.

마지막으로, 기업 홍보실의 사내 정치적 역량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보자. 회사와 CEO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무적 기능을 홍보실이 맡아 최대한 활성화시켜 보자. 사회적으로 여론의 부정적 주목이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이나 의사결정들에 대해 홍보실의 자문을 구하는 CEO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 보자.

예전과 같이 여러 실무 부서에서 질러 놓은 불에 소화기만 들이대는 사후 소방수로서의 역할에만 안주하진 말자. 이를 위해 홍보 임원들이 홍보적 언어보다 경영적 언어를 사용하는 데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평생 만나왔던 기자들도 좋지만 사내에서 홍보실의 기능과 외연을 넓히는 데도 인맥과 시간과 힘을 좀 더 할애해야 한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에는 더 큰 이슈와 위기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슈와 위기는 기업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관리 대상이다. 어제의 실수와 아쉬움이 오늘에는 상처일지라도 내일에는 그 상처가 성공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필히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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