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의 위기
홍보인의 위기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0.04.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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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최근 중견그룹 계열사 홍보광고부서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대학 후배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올해 나이 45세, 직장 경력이 16년인 그 후배는 올 초에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만둔 이유를 물으니 자존심이 상해 도저히 회사를 다닐 형편이 못 되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3년이나 아래인 대학 후배가 임원으로 스카웃돼 자신의 상사로 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버티어 보지 그랬냐고 물었지만 나이든 자신을 몰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젊은 상사에 대한 인간적 상실감으로 자존심이 상해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뭘 할 것이냐고 물으니 “선배님, 막상 그만두고 나오니 물론 나이도 나이지만 홍보 경력 가지고는 마땅히 갈 데가 없네요..아파트를 담보로 치킨집이나 할까 하는데 그것마저 날리면 거리로 나 앉아야 하는데..그냥 자존심 버리고 회사에서 한직이라도 버틸 걸 그랬나 봐요”라고 말한다. 몹시 후회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둘이 중학교와 초등학교 재학생이어서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요즘 각 기업들에서 들리는 소리는 50세 이상 부장들은 찾아 볼 수 없고 40대 중반에 임원이 되지 않으면 50세 전에 명퇴 대상이라는 것이다.

인간 수명은 길어져 100세까지 산다고 아우성인데 반평생을 놀면서 지내야 하는 처지라니….

위기가 기회…응집력 발휘할 때

기업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이젠 나이든 사람의 과거 경험이 무시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항상 제로에서 시작을 한다. 그러기에 젊고 싱싱한 피의 수혈은 그 회사의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오직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에서는 오로지 1등만 의미있을 뿐 2,3등의 의미는 존재가치 조차 없다.

오죽하면 모 방송 개그 프로에서 코미디언이 “일등만 알아주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쳐댈까. 이러한 변화에 홍보인들의 삶과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보면 더욱 암울해진다.

홍보환경도 예전같지 않다. 옛날엔 그나마 가판이라도 있어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면서 홍보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요즘엔 미디어가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고, 매체도 1인 1매체 시대가 전개돼 방어 홍보자체가 불가능, 홍보팀 능력 평가가 예전과 같지 않다.

오죽하면 어느 회사는 홍보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홍보임원으로 앉히기도 했다. 모 회사 사장은 광고만 있으면 미디어 관리가 다 이루어지는데 홍보임원이 뭐가 필요하냐며 월급 주는 게 아깝다고도 했다. 부서도 통폐합돼 기획이나 관리부서 산하로 들어가는 게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홍보인에겐 위기다. 이 위기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야 돈을 쓰는 부서이다 보니 현실감도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과 위상도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 의해 과대 포장된다.

어찌보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미지수다.

생산, 개발, 경리, 영업 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은 친구들은 회사를 나와서도 갈 데도 많고 비즈니스 기회도 많지만, 홍보 출신들은 기껏해야 조그마한 홍보대행사나 기웃거릴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홍보 출신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닦아 놓은 터전도 전무하다.

오로지 개개인이 험난한 제2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임원으로 나온 사람들은 그동안 경제적 바탕이 있어 지낼 만 하지만 부장 이하 직급으로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전업을 하더라도 경험 부족으로 거의 대부분 실패를 한다. 홍보인들도 뭉쳐야 한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홍보 일을 해온 필자이지만 개개인의 속성이 너무 강한지 응집력이 약하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세상 밖이 너무 가혹할 정도로 매서운 찬 바람이 불고 있기에….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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