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연애에서 배우자
브랜딩, 연애에서 배우자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4.10.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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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마음 빼앗는 첫 만남→권태 극복→이별의 과정

[더피알=원충렬] 브랜딩에 있어 러브마크라는 단어는 이제 익숙하다.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도 흔한 이야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브랜드들은 여전히 소비자의 마음에 러브마크를 각인하는 숙제와 싸우고 있다.
 
그 해답을 실제 남녀의 연애에서 엿보고자 한다. 브랜드는 사람이 아니고, 보통은 고객에 대한 일방적 구애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의 연애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실제 연인들의 연애 과정에 투영해보면, 브랜딩에 있어서도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 브랜딩을 연애 과정에 투영해보면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은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 한 장면.

첫 만남, 익숙함 보단 색다름

일단 연애의 시작은 당연히 첫 만남이겠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머스타인(Murstein)은 연애가 시작되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S-V-R’이론이라 명명한 바 있다. 그 중 S에 해당하는 단계가 바로 첫 만남이다.

S는 ‘Stimulus(자극)’의 약자이다. 상대방의 어떤 특정한 부분이 자신에게 매력으로 자극돼야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일 수도 있고, 외모일 수도 있다. 일단 그게 무엇이든, 짧든 약하든, 한 번의 스파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불은 붙지 않는다.

세상엔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들이 있기에 소비자 선택의 폭은 대체로 넓다. 게다가 그 선택을 기다리는 브랜드들의 상당수는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결국 아주 짧은 기회에 반드시 한번은 튀어야 한다. 눈에 들어와야 비로소 매력을 느낄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스치는 인연마저 놓치지 않도록,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찾아 커뮤니케이션의 폭을 좁힐 필요가 있다.

다만 뻔한 이야기는 지양해야 한다.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이라는 책은 ‘익숙함은 유혹의 적이다’는 명제를 전한다. 남들이 다 하는 흔한 이야기는 그것이 아무리 맞고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유혹하는 힘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그 중에 고르고 골라, 반드시 상대방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한칼을 단도(單刀)의 날처럼 벼리고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상대방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평판이라는 것이 있다. 지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어떤 집안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 좋은 사회적 입지를 가졌는지(비록 그것이 너무나 통속적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반감과 별개로)가 매력 측정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 브랜드를 소개하는 첫 만남은 극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 사진은 플랜트로닉스 헤드셋을 장착한 닐 암스트롱으로, 1969년 7월 21일 우주선 내부에서 찍었다.
브랜드도 그렇다. 애플 집안의 디바이스는 론칭과 동시에 주목을 받는다. 어떤 저명한 연구소에서 몇 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브랜드라고 한다면 또 그만큼의 신뢰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직설적으로만 드러내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기도 한다.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면 역시나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다.

일례로 헤드셋 전문 브랜드인 플랜트로닉스(Plant­ronics)는 1962년에 세계 최초 경량 헤드셋을 개발할 만큼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지만, 브랜드를 소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기술력으로 대변되는 단순 스펙 강조가 아니다. 그보다 더 극적인 스토리가 소비자와의 첫 만남이 되도록 준비한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갔을 때 플랜트로닉스도 그 곳에 있었다는 스토리가 핵심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 닐 암스트롱이 지구로 전송한 유명한 메시지인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를 지구에 전송한 것도 바로 플랜트로닉스의 헤드셋을 통해서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또한 이후 이어지는 플랜트로닉스만의 기술적 우위성을 강조하는 문구에도 신뢰를 심어준다. 실재했던 역사보다 생명력 있는 스토리는 없다. 플랜트로닉스는 자신들이 가진 너무나도 훌륭한 스토리텔링 소재를 놓치지 않고 첫 만남의 인상을 좌우할 커뮤니케이션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권태를 극복하는 진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에 많은 관람객들은 속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사랑은 변하더라.

그렇다. 실제로 연애가 시작되면 심장이라도 꺼내줄 것 같은 열정에 카운트다운이 걸리기 마련이다. 냄비처럼 식든, 뚝배기처럼 식든, 그 속도가 다를지언정 이미 변화는 연애와 동시에 시작되곤 한다. 그럼에도 흔치 않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서로가 간절해지는 연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진실됨일 것이다.

많은 커플들이 이 진실됨을 평가하며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라는 연애 초기의 호언장담은 곧바로 심판대에 오른다. 브랜드도 그렇다. 과대광고가 판치는 세상에서 소비자는 ‘다시는 속지 않으리’를 외치고, 브랜드들은 ‘그래도 한번만 더 믿어달라’고 구애한다. 그리고 맺어진 관계가 ‘또 속았네’로 이어지면,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는 심하게 틀어질 수 있다.

이미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장기적인 고객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비스 브랜드들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제조사들은 앞다퉈 애프터마켓(af­termarket)에서의 브랜드 관리를 차세대 핵심 경쟁력으로 삼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들이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순간’은 구매나 가입 이후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애초에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라면, 미리 약속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한번 팔고 말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제는 입소문과 평판관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연인은 싫증과도 싸워야 한다. 자주 보는 사이에 새로움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때론 변신을 요구한다. 브랜드도 그렇다. 새로운 경쟁 브랜드들이 때깔 좋은 모습으로 블링블링하게 시장에 진입해오면, 기존의 강자라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리뉴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리뉴얼의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유지하는 것과 새로워지는 것이 그것이다. 분명 새로움을 입혀야겠지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밸런스, 무게의 추는 각각마다 다르겠지만, 때로 과감한 변화를 못했다는 이유로, 때로 그간의 익숙함이 너무 사라졌다는 이유로, 기존의 고객들은 리뉴얼된 브랜드의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만큼 리뉴얼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정답이 있다면, 브랜드의 진심을 유지하는 변화일 것이다. 비록 틀이 바뀌어도 그 안의 생각(고객을 향한)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면, 많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수용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웃음마케팅’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새로운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공개하면서 브랜드의 진심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사진은 비행기 동체 하단에 새겨진 사우트웨스트항공의 하트 심볼.

최근 ‘웃음마케팅’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새로운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공개하면서 선택한 접근은 매우 좋은 사례가 된다. 그들은 리뉴얼된 디자인의 새로움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달라지지 않음을 강조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심볼디자인이었던 하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지만, 여전히 사우스웨스트가 발신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자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심지어 하트심볼을 비행기의 동체 하단(마치 비행기의 심장처럼)에 그려 넣고 이렇게 말한다. “Without a heart, it’s just a machine(심장이 없다면, 비행기는 단지 기계일 뿐이다).” 고객친화적이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서비스가 사우스웨스트라는 브랜드의 본질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

연애에는 반드시 종국(終局)이 찾아온다.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마저도 사별(死別)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별에 대해 노래한 대중가요들을 돌이켜보면 그건 대체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드물게는 가능하기도 하다. 흔치 않아서 특별하다.

브랜드도 고객과 헤어짐의 순간이 있다. 고객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그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도 있다. 실제로 브랜드 역시 수명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원 무구하게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바로 얼마 전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애플워치 등을 공개하며 그와 동시에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팟 클래식은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직접 이별을 통보하는 순간에 대해 고객 케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잘 사용하던 서비스가 종료 공지를 하거나, 애착을 가졌던 제품이 판매 중단을 할 때 충성고객들은 감정적으로 큰 아쉬움을 느낀다. 때로 분노의 화살을 그 브랜드의 모기업에 조준할 때도 있다.

비록 해당 브랜드는 없어지기 때문에 그에 딸린 고객들도 소멸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잘 케어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 모 브랜드나 다른 확장브랜드로 충성도를 전이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56년간 브라질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15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다가 작년 12월 생산을 멈춘 폭스바겐의 콤비(Kombi)라는 모델은 올해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고했다. (아래 동영상 참고)

 


‘마지막 소원(Last Wishes)’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노인으로 의인화된 콤비의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자신의 탄생과 역사,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이야기해주고는 유언장을 통해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선물을 남겨준다. 그리고 담담하게 ‘기분 좋은 이별’을 고한다. 그 내용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생전 콤비를 한번 타본 적 없는 사람들마저 심금을 울린다.

<우리 개 이야기(いぬのえいが)>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보면, 주인보다 먼저 수명이 다하는 개의 시각과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의 소원이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유사한 감동을 준다.

헤어진다는 정서의 파고는 이토록 깊을 수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있어 감성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 아닐까. 하물며 적어도 원수로 헤어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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