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부터 CEO까지 ‘토킹 포인트’로 묶어라
말단부터 CEO까지 ‘토킹 포인트’로 묶어라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4.07.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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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전사적 원보이스 확보 목적

[더피알=정용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기업이 특정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에 대한 대응 메시지가 얼마나 잘 내부에 공유돼 있는지를 보면 그 곳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수준을 알 수 있다.

기업들에게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구성원들 대부분은 각자 다른 시각과 생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메시지들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수록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그렇게 원 보이스(one voice)가 가능한 기업들이 흔치 않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원 보이스 전략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라는 대책이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특정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해 밝히게 된다. 이 업무를 하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그렇다고 홍보실이 독자적으로 회사의 공식입장을 정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CEO를 포함해 많은 주관·유관 부서들의 의견을 종합해 법적 리뷰까지 거친 후 정리된 것이 특정 상황에 대한 해당 기업의 공식입장이다.

공식입장은 외부 언론이나 규제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이전에 전사적으로 원 보이스를 확보하기 위한 내부 공유의 목적도 크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 이슈에 엮여 골목상권침해 논란으로 비판에 휩싸여 있는 대형유통기업이 있다고 치자. 내부적으로 해당 비판들에 대해 자사의 공식입장을 정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 공식입장을 공유했고, 홍보실을 통해 외부 언론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다고 하자. 이 전달되는 일관된 메시지들이 바로 ‘토킹 포인트’다. 이 토킹 포인트들은 위로 CEO에서 일선의 매장 직원들까지 회사 구성원 누구나가 해당 이슈에 대해 공히 커뮤니케이션 할 ‘정해져 있는 메시지’다.

정해진 메시지와 반복적 훈련

어느 누구도 그 토킹 포인트에서 자유롭지 않아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다. 이를 규정으로 만들어 지키는 기업들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회사가 정해 공유해 준 토킹 포인트만을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내부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직원들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 상황에서 그들이 최소한 전달할 수 있는 기본 원칙과 가치들을 담은 간단한 토킹 포인트는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기업 경영진들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해보면 이 토킹 포인트를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공유하고 실제 전달하는 체계가 있는 곳이 극히 드물다. 최고 임원들이나 홍보실은 그런 체계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준비를 하고 공유 하는 체계를 가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인터뷰 훈련을 해보면 메시지가 제 각각으로 전달되는 것을 목격한다. 기업들이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임원들은 아무도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어떤 임원은 토킹 포인트라는 것이 존재는 하는 것 같은데 내부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또 일부는 공유까지는 되는데 그걸 그렇게 유의해서 따르지 않는 자신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체계가 꾸준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반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원들이 애널리스트(analyst)들의 의견을 읽고 그 민감한 내용들을 자사의 토킹 포인트로 착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자사에 대한 기사를 읽고 기자의 사적 시각에 공감하게 해서는 위험해진다. 이슈와 관련 있는 규제기관과의 미팅에서 들은 내용을 임원들이 자사의 입장과 헷갈려 하면 참 어려워진다.

더욱 최악은 CEO는 A라 말하고, 부사장은 B라 말하고, 전무들은 C라 이야기하는데, 홍보실은 D라고 설명하고 있는 체계다. 무언가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줄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면 이 얼마나 실망스러운 체계인가.

기업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 대상

민감한 이슈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입장에서도 취재대상 기업의 구성원 전원이 일정한 토킹 포인트를 가지고 있으면 참 어려운 취재대상이라 평가하게 된다. 시쳇말로 ‘답이 나오지 않는’ 취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에는 기자가 어렵게 CEO에게 연락해도 별로 새로운 것이 없는 일반적 원칙과 가치들에 기반한 규정된 메시지들만을 전달 받게 된다.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국민 정서적으로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듣게 되는 것이다.

취재 이슈와 연관 있는 부서의 임원에게 전화 해 물어봐도 CEO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한 치도 다른 논리나 개인적 애드리브(ad-lib)가 없이 간결하고 동일한 메시지다. 그 아래 팀장에게도 한번 물어본다. 영락없이 정해져 있는 똑같은 메시지들을 순서만 바꿔 이야기한다. 홍보실은 물론이고, 일선 매장의 직원도 정해져 있는 듯 보이는 메시지를 다른 구성원들과 동일하게 반복한다. 기자들에게는 참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이 선진화된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취재 하는 기자들에게 어려움이나 곤란함을 주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업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해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관리의 대상이다. 고로 기업의 모든 메시지는 관리돼야 한다.

기업들 중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입단속을 하는 곳들이 있다. 함구령이라고도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잡음을 없앨 수 있다 생각하곤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 입단속과 함구령을 통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모든 위기 시에 항상 입단속과 함구령이 유효하거나 효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사내 명령이 구성원들을 더욱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하는 경우들도 있다. 구성원들 일부는 입단속과 함구령이 떨어지면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며 창피해 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두려움과 우울함까지 느끼기도 한다.

단순 입단속과 함구령을 넘어서 일사불란하게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습관을 들여 보자.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공유될 토킹 포인트를 기다리는 직원들로 변화시켜 보자. 회사가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입장인지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자. 공감한 메시지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자. 공식 인터뷰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정에 돌아가서 친척들과, 지인들과 토킹 포인트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하는 것이다. 위기 시 함구령 보다는 훨씬 나은 주변 환경을 조성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유된 토킹 포인트, 홍보실 위상 강화로

미국 백악관의 경우에도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언론담당 비서관들과 함께 모여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공유한다. 이 프로세스는 중요한 이슈들이 대두될 때 마다 거르지 않고 반복되며 공식적 업무 프로세스로 정착돼 있다. 공유된 토킹 포인트는 연설, 기자회견, 인터뷰, 강연, 대화 등을 통해 백악관 핵심 인사들로부터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이 된다. 이렇듯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은 사전에 기획되고 연출돼야 한다.

기업의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조직 내 핵심 인사들이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그에 집착하면서 전문가답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전략적 노력임에 틀림없다.

한번 우리 회사에는 어떤 원 보이스 전략이 존재하는지 돌아보자. A라는 특정 이슈에 대해 CEO가 말하는 논리와 메시지가 담당 팀장이 전달하는 논리와 메시지랑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해보자. “사람이 다른데 어떻게 메시지가 똑같을 수 있나?”하는 질문은 유효하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업 홍보실의 더 크고 일관된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당면해 있는 여러 이슈들에 대한 토킹 포인트들을 고민하고 개발 노력해서 실제 공유 하는 체계를 만들어 보자.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며 그 토킹 포인트가 다양한 이슈들을 관리해 나가는 새로운 경험들을 임직원들에게 제공해 보자. 이 과정들을 통해 홍보실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

홍보실이 메시지를 배달하는 ‘메신저’로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경영자’로서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역할관이 생겨날 것이다. 내부적으로 존중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을 외면하지 말자. 회사에게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아무것도 없다면 가장 먼저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공유해 보자. 습관화만 한다면 강한 회사가 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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