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한 체크포인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한 체크포인트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4.06.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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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세월호 충격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더피알=정용민]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책상 위에서 잠자는 매뉴얼도 문제지만, 그 매뉴얼을 평소에 한 번도 제대로 검증해 보지 않는 관행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실제 이번 재난대응 과정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체득화 되어 있지 않은 위기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아주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정확한 의미와 정의를 가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실제 경험해 보고, 디자인해보고, 진행해 본 전문가들이 상당히 극소수란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불고 있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열풍이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해당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돼 사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둘러싸고 기업 실무자들이 참고해야 할 고려사항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회장이나 CEO가 시뮬레이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가.
시뮬레이션은 위기 상황을 그대로 경험하는 훈련방법이다. 따라서 실제 해당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핵심인사들은 전부 참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의전이나 여러 제한으로 인해 회장이나 CEO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석하지 않고 시뮬레이션 도중이나 사후에 보고 받는 선에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선택은 해당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경험한다는 기준에서는 핵심 인사들의 참석과 현장에서의 현실감 있는 의사결정 연습이 권장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시뮬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이다. 실제라면 훨씬 더 많은 관련 인력들의 동원과 범위의 무한 확대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를 준비하는 내부 위기관리팀과 외부 컨설턴트들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범위를 규정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진행 대상, 진행 시간, 그리고 진행 예산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위기를 선정해 시뮬레이션 할 때 크게 세 가지 범위로 분류할 수 있다. “위기에 대한 대응을 중앙에 위치한 위기통제센터(위기관리위원회)로 한정하는가?” “담당 업무팀과 일선 실행그룹들과의 연계들을 통해 이원화해 진행하는가?” “특정 위기를 상정해 전사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참석하게 하는가?”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실제로 상황관리 활동이 진행돼야 하는가.
이 또한 진행 기업의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위기상황 감지, 현장 분석, 상부 보고, 의사결정 지원, 의사결정, 대응실행 지시,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 대응 결과 분석 및 보고, 수정 대응 의사결정들과 이 모든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관제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상황관리 활동이 시뮬레이션에서 빠지게 되면 남은 부분은 본사를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통제센터 검증 부분이 주가 된다. 그 외 상황관리에 관련한 많은 실제적 변수들과 상황진전들은 외부 컨설턴트들이 현실적인 스크립트들을 가지고 위기관리 통제선터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공 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형식은 위기관리통제센터는 물론 일선의 상황관리 활동들이 함께 수행 될 수 있게 진행되는 통합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활동들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 가능한가.
물론이다. 특별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상황적 반군(反軍) 형식으로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함께 참석 하는 방식이 있다. 현실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에 대한 관리와 정상화에 많은 관심과 노력들을 투자하게 되지만, 그 직후부터는 그 위기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외부 컨설턴트들이 훈련 받은 이해관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자극들을 제공한다. 그 자극들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정부담당기관, 규제기관, 지자체, 협회, 지역주민, NGO, 피해자, 노조원, 직원, 온라인 공중에 여러 언론 등으로부터 오는 상황적 자극들이 해당된다.

기업 내부 위기관리팀과 외부 컨설턴트간의 역할 분담은.
기업 내부에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진행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진행 경험 인력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면 외부 경험 있는 컨설턴트들과 협업 하는 것이 권장된다. 시뮬레이션은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위기관리 경험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제 이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실무그룹들에게는 다분히 ‘정치적 행사’의 의미를 가진다. 이런 중요한 행사에 있어 미숙함이나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들은 예산이나 여러 문제로 인해 내부에서만 진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실제 진행과정에서 이상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 결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내부에 전문적 시뮬레이션 경험자들이 있어도 대부분 외부 컨설턴트들과 협업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몇 시간 동안 진행 하는 게 일반적인가.
길게는 1박 2일정도로 힘들게 진행하기도 한다. 일반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최대 8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인력과 장비들이 움직이고, 상황관리에 있어 특히 전문성을 보이는 특성을 가진 위기의 경우에는 1~2일을 연장해 진행하기도 한다. 물리적인 상황관리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1일짜리 방식들을 보면, 실제 상황보다 변화 진행 상황을 5~10배정도 축약해 진행하는 방식이 선택된다. 예를 들어 공장 화재가 실제로 그 규모로 발생한다면 완전 진화에 5시간이 걸리겠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위기통제센터에 1시간만에 완전 진화가 통보되는 식이다. 물론 실제 상황 시나리오로 공유되는 시간대는 5시간을 유지한다. 다만 통보와 대응에 있어 시간적 압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예산 규모는.
이 부분은 현재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나 기업들도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적은 예산을 투입하는 경우는 없다. 그만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범위와 깊이 그리고 준비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과 전문성 투입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해서는 시설, 장비, 인력, 외부그룹 동원 등에 관련된 실제비용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유사시 본사 핵심 인력들을 후방으로 긴급 이동시키려면 많은 차량이 필요할 수 있다. 일부라도 차랑 수배 비용이 든다. 인력들이 후방으로 이동 해 숙식을 하며 업무를 진행한다면 해당 공간과 유지비용들이 산정돼야 하고 이에 대한 축약된 시설 설치와 운용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비용이 수반된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국가적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다는 사실에도 사실 비극은 존재한다. 필자가 더 비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런 충격을 통한 관심이 실제 현장에서의 전문성 부족, 인력부족, 예산부족 그리고 이에 대한 상부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다시 사장(死藏)되는 상황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와 관련된 여러 지적들과 조언들을 한다. 그것들이 각자 어떤 것들일지라도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항상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는 하나다.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다른 기업보다는, 혹은 이전보다는 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모자람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서 환류관리(還流管理)하는 방법 밖에 왕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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