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亂世),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브랜드
난세(亂世),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브랜드
  • 정지원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 (admin@the-pr.co.kr)
  • 승인 2014.05.2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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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드에세이]히스토리 압도하는 ‘스토리’ 필요

[더피알=정지원]“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기르세요. 고작 당신 정도가 떼쓴다고 바뀔 세상이었으면 난세(亂世)라 부르지도 않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극 ‘정도전’에서 이인임이 정도전에게 던진 대사이다. 고려 말의 정치적 혼란과 현대의 브랜드전쟁을 비유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묘하게 이 대사가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현대의 브랜드전쟁에서 그 어떤 큰 기업이 막대한 자본으로 덤빈다 하더라도 후발 주자의 도전은 진정한 내공과 날카로운 전략으로 뭉쳐진 힘이 없다면 싸워볼 필요도 없는 어려운 게임일 것이다.

대다수가 관성의 길, 안전한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변화의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길은 미래의 대세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의 길이지만 확실한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리스크(Risk)의 길이며 기존 세력들의 거센 공격과 이미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관성을 극복해야만 하는 길이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담고 용기를 내어 내딛는 설렘과 짜릿함이 공존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기존 시장을 장악하는 1등 브랜드의 견고함이 존재하는 한, 도전자 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길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카테고리에서 1등을 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강력하게 제시해 경쟁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두 가지 도전자의 길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제대로 붙어야만 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패러다임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현대카드, 버진(virgin), 무한도전, 탐스(TOMS), 애플(apple)을 떠올려 보자. 이들을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해 성공한 브랜드로 꼽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언급된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한다는 것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의미있는 기준(meaningful standard) 즉 ‘존재이유’가 확실했다는 점, 그리고 압도할 수 있는 스토리력(story power)을 갖췄다는 점이다.

맥주의 새로운 패러다임, 예고돼 온 변화

최근 맥주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기존의 굳건한 패러다임에 롯데주류 클라우드(Kloud)가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다.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브랜드가 굳건하고 수입맥주 브랜드들의 진출도 활발한 지금 이 맥주브랜드 ‘난세(亂世)’에 어떤 ‘힘’을 모아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더 맛이 없다’, ‘화려한 음식, 지루한 맥주’라는 외신보도의 오명을 아직도 자신있게 지우지 못하고 있는 한국 맥주를 향해 소비자들이 품어온 기대의 핵심은 근본적인 맥주 ‘맛’에 대한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기존의 국내 맥주에 대해서 ‘특징이 없고 싱겁다’ ,‘거품이 쉽게 꺼진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불만족은 수입 맥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소비자 소비패턴의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맥주에 대한 경험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진정 맥주의 ‘맛’으로 대한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당당한 맥주가 등장한다면 그것이 모두가 바라는 새로움일지도 모른다.

‘시원한 청량감’, ‘톡 쏘는 맛’, ‘소주와 섞어 먹는 맛’이 아니라 이제는 맥주 고유의 진짜 살아있는 맛으로 한국맥주를 정의하고 대표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식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어떤 강력한 메시지가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한국맥주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장에 먹을 만한 맥주는 많고 선택할 수 있는 맥주의 종류는 길게 늘어서 있다. 신제품 런칭에서만 반짝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을 뒤집을 수 있으려면 그만큼 강력하고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그 기준에 설득되고 또 움직인다.

새로운 기준을 줄 수 있는가

▲ 롯데주류에서 지난달 첫 출시한 '클라우드'
‘새로운 기준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10여 년 전 시장점유율 1.7퍼센트에 불과했던 현대카드를 지금의 위상으로 만들어준 핵심엔진이었다고 한다.

2003년, 획기적인 M카드로 시장을 도발하던 현대카드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기준으로 신용카드 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새로 런칭하는 맥주의 강력한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클라우드(Kloud)가 던진 새로운 기준은 ‘물을 타지않은 리얼 맥주(Real beer)’이다.

90년대 초 맥주전쟁의 핵심이 ‘물’에 있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4년,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맥주전쟁에서 또다시 ‘물’이 이슈로 떠올랐다. 다만, 다른 점은 90년대 맥주전쟁의 기준이 ‘핵심원료로서의 물’이었다면 2014년 도래한 맥주전쟁의 새로운 기준은 ‘핵심원료에서 완전히 제외된 물’이 라는 점이다.

90년대 초 하이트(hite)가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 VS 문제가 생겼던 물’로 맥주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면 2014년 클라우드(kloud)가 던진 기준은 ‘물을타지않은맥주 VS 물로 희석시킨 맥주’인것이다.

클라우드(kloud)는 이 기준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기준이 되도록 거품을 문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클라우드(kloud)가 제시한 기준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또 한번의 맥주에서의 물 전쟁에 거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등장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주지 않는 한, 클라우드(kloud)를 선택해야만 하는 명분과 절대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스토리력(Story power)’이다.

스토리력(Story power)은 소설 같은 재밌는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 아니다. 클라우드(kloud)라는 신제품의 기준으로만 말할 수 있는 RTB(Reason to believe)요소들로 생성해 낼 수 있는 다각도의 활동들을 의미한다.

진정한 변화 힘, 소비자 읽는 것에서부터

새롭게스토리(story)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기존 브랜드들이 공고하게 쌓아온 히스토리(history)라는 것은 넘기 어려운 큰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보다 더 강한 것은 ‘의미있는 순간’이다. 기존 시장 주도자들이 공고하게 쌓아온 히스토리(history)를 압도할 수 있는 것은 공감력있는 신선한 ‘스토리’의 꾸준함뿐이다.

탐스(TOMS) 이전에도 착한 브랜드들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탐스(TOMS)만큼 강력한 기준과 스토리를 전달하지는 못했다.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가 제 3세계로 기부되는 ‘One for One’의 스토리는 신발에서 안경, 커피로까지 확장되어 더욱 풍부하고 힘 있는 존재감으로 남게 된다.

또 다른 예로 MBC의 대표적인 파워브랜드 중 하나인 무한도전은 이전의 예능의 흐름에 선을 긋는 무한도전만의 리얼 스토리로 승부를 건다. 무한도전은 각본을 포기하는 대신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도전의 스토리를 제시한다.

때론 바보같고 때론 어이없다가도 어느 순간 진지하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도전을 끊임없이 생성시킨다. 이 과정 중에 만나는 다양한 전문가들, 아티스트(artist)들과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그리고 그 기록들은 매년 달력과 사진전, 캐릭터상품 등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공유되고 공감된다.

결국 새롭게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한다는 것의 정의는 자기만의 기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강렬한 스토리가 분명하여 이것으로 진검승부 해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더 또렷한 기준, 가능한 더 풍부한 스토리가 있을수록 더 해볼만한, 더 이길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힘’부터 기르라고 충고했던 절대권력자 이인임의 충고 이후 정도전은 실제로 막강한 힘을 기반으로 조선을 설계하는 중심인물이 된다.

정말 정도전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정도전의 힘은 성리학도, 권력도, 재물도, 요직도 아니었다. 그를 지탱한 커다란 힘은 바로 ‘민심(民心)’이었다.

오늘날 패러다임에 도전하여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브랜드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새로운 기준이든 그 중심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든 모든 활동의 중심에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이고 진솔한 공감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패러다임 도전의 진정한 승자로 남게 될 것이다.

거품 문 맥주경쟁이 시작됐다. 새로운 맥주의 등장에 맞춰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브랜드들의 움직임들도 분주해졌다. 대표상품의 디자인이 바뀌었고 에일 맥주 신제품들이 발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과 입도 더불어 바빠지고 즐거워지고 있다. 2014년 여름, 다양한 맥주들의 선전과 함께 맞이하게 될 잊을 수 없는 맥주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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